박 대통령-여야 대표, 공무원연금 개혁 공감…3자회담 정례화 합의(종합2보)

2015-03-17 21:57
朴 "경제도약 도와달라" vs 文 "총체적 위기,경제수장 교체해야" 대립각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회담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야당이 주장해온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며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대권을 놓고 맞붙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대좌한 것은 지난 2012년 12월16일 TV 토론 이후 2년여만이다. 또 박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공식 회동한 것은 지난해 10월29일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직후 국회에서 여야 대표·원내대표를 함께 만난 이후 넉 달여 만이다.

대선 이후 처음 만난 박 대통령과 야당의 수장이 된 문 대표가 이날 경제정책을 놓고 큰 이견을 보임에 따라 신춘 정국에 한동안 긴장감이 조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회담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미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야당이 주장해온 소득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며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제공=청와대]


다만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 같은 3자 회담을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하자는 데에는 동의해 '대화 채널'을 열어놓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3자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 중동 순방을 언급, "순방 결실이 국민과 기업에 더 큰 혜택으로 가도록 해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두 분 대표께서 많이 도와달라"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연결시켜 경제도약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여야 정치권의 입법 협력을 주문했다.

그러자 문 대표는 "대통령께서 민생을 살리려고 노심초사했지만 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총체적인 위기이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또 "부동산이나 금리 인하와 같은 단기부양책만 있을 뿐 가계가처분 소득을 높여줄 근본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경제 정책을 대전환해 이제 소득 주도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문 대표는 "경제사령탑 교체없이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대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경제수장을 교체해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사실상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는 이와 함께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생활임금' 전면도입 △법인세 정상화와 자본소득·고소득자 과세 강화를 통한 복지재원 마련 △전·월세값 폭등과 같은 서민주거난 해결 △가계부채 증가 특단 대책 마련 등 '4대 민생과제' 해결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소득 주도 성장 요구에 대해 "과도한 인위적 재정 지출로 국민의 세금 부담을 가중하고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소득주도 성장으로 가는 것은 우리 정부도 하는 것으로, 다만 방법론에서는 일자리 창출로 소득을 늘리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조속한 처리를 재차 당부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생활임금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생활임금의 기준과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최저임금과 혼선이 생길 수 있고 공공과 민간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새정치연합 김영록 대변인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 요구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도 법인세 인하를 하려고 하지 않았느냐"면서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인상했고 대기업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왔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 전월세난 문제에 대해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이므로 집주인이 월세로 하면 전세 공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문 대표는 올해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라고 제의하면서 "우리 당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조건 없는 대화 제의를 했는데 소극적으로 북한이 나와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북한이 조건 없는 허심탄회한 대화부터 응해야 한다. 문 대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촉구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또 문 대표가 최근 통일준비위원회 간부가 '흡수 통일'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을 지적하자 "남북 간 교류 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문 대표가 "인사에서 지역 편중에 대한 지적이 많으니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해서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인사)했는데 그렇게 된 것같다"면서 "앞으로 더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여야 대표는 특히 이날 회담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 정부안과 야당 자체안을 각각 추가로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 대표는 또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지만 각론에서는 여전히 견해차를 보였다.

김 대표는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대타협기구에서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 산업의 분류에서 보건 의료를 제외하고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회담이 끝나고 "뜻을 같이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서로 뜻이 달랐다"고 말했고, 문 대표도 "일부 의견은 일치했지만 많은 부분 의견이 달랐다"고 전했다.

예정했던 1시간을 40분가량 넘겨 진행된 회담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 새누리당 박대출·새정치연합 김영록 대변인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