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2015년 양회 관전기, 강한 중국 예고
2015-03-16 11:50
시진핑, 리커창 권력 공고해져, 더욱 강한 개혁 추진 예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지난 3일 중국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개막으로 시작해 13일 정협, 15일 전인대가 폐막하면서 2015년 양회가 마무리됐다. 기자에게 이번 양회는 베이징에서 취재한 다섯번째 양회였다. 2011년 양회는 이집트와 중동에서 자스민바람이 한창일때 진행된 탓에 베이징 전역에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었다. 당시는 초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시기였고, 인민대표 정협위원들은 온몸에 명품을 휘두르고 인민대회당에 입장했다. 베이징 고급레스토랑들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흥청망청했다.
2012년 양회는 보시라이(薄熙來)사건이 전세계 지축을 흔들때 진행돼, 스폿라이트가 보시라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됐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인대 폐막후 가진 마지막 총리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와 시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 보시라이 낙마를 예고했다. 이에 정치인들은 그해 가을 권력 교체를 앞두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2013년 양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리커창(李克强) 지도부 진용이 첫 선을 보였다. 시진핑 주석이 제창한 '중국몽(中國夢)'이 정치구호로 본격 등장했으며, 국무원, 전인대, 정협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됐다.
2014년 양회는 시진핑 지도부의 전방위 정풍운동으로 인한 피로감으로 인해 역풍이 예상되던 시기에 열렸다. 시진핑의 정풍운동은 불안해 보였고, 곧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저우융캉(周永康) 사건을 배경으로 '니둥더(你懂得, 당신도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뜻)'라는 당대 최고의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올해 양회에서는 지도부들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가 눈에 띈다.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의 권력은 공고해졌고, 개혁은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전 사회에 불고 있는 검소한 풍조 역시 양회를 관통했다. 이번 양회의 특징들을 소개해 본다.
◆무소불위 권력 틀어쥔 시진핑
2012년 11월 총서기 등극이후 강한 반부패작업을 벌여온 시진핑은 지난해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을 낙마시키고, 군부 수뇌였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군사위 부주석에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었던 링지화(令計畫) 통일전선부 부장까지 비리혐의로 체포하는 사상초유의 업적을 남겼다. 잡음 하나 나오지 않은 완벽한 '호랑이사냥'에 중국 인민들은 박수를 보냈고, 관료들은 잔뜩 웅크렸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시 주석의 권력은 공고화됐으며, 이 분위기는 양회 전체를 관통했다. 언론은 양회전후로 시진핑 주석을 조각가, 문학청년, 작가, 학생, 축구팬, 입담 좋은 할아버지, 여행가 등으로서 남다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며 한껏 띄웠다. 인민해방군의 인민대표들은 한데 모여 시진핑의 반부패작업과 군개혁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공산당 서열 3위인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폐막연설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이름을 6번 반복했고, 서열 4위인 위정성(俞正聲) 정협 주석은 정협폐막연설에서 시진핑 총서기의 이름을 18번 언급했다. 양회의 중국 지도자들은 시 주석이 제창한 새로운 정치구호인 '4대전면(개혁심화, 의법치국, 소강사회, 엄격한 당관리)'을 입버릇처럼 반복했다.
◆리커창의 개혁 자신감
시 주석이 '반부패'의 업적을 남기며 권력을 틀어쥐었다면,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은 장기과제인 만큼 아직 표면적인 성과가 없다. 때문에 권력이 시주석에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리커창은 이번 양회에서 자신의 개혁에 대한 소신을 변함없이 드러냈고, 더욱 강도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특히 지방정부 지도자들을 독려하고 다그치는 모습에서 부쩍 강화된 위상을 드러냈다.
리 총리는 5일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를 7.0%로 낮춰잡고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개혁심화와 정부권한 축소 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왕성한 공개활동을 통해 지방정부 지도자, 직능단체 대표들에게 개혁을 주문했다. 장시(江西)성 대표단을 만나서는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권한이양을 촉구해 많은 권한을 받았듯, 지방정부 역시 기업들에 권한을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철강, 시멘트 등 공급과잉이 심각한 허베이(河北)성 대표들을 만나서는 "허베이성이 공급과잉 타개를 위한 방안을 낸다면 중앙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승사자 왕치산의 남다른 권위
이번 양회에서는 중국의 반(反) 부패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의 정치적 중량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양회기간 그가 직접 언론에 노출된 빈도는 적었지만, 그를 연상시키는 일들은 지속적으로 터져나왔다.
양회 개막 하루전인 지난 2일 궈보슝(郭伯雄) 전 군사위 부주석의 아들인 궈정강(郭正剛) 소장의 체포사실이 전해졌다. 궈보슝 역시 곧 체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또한 최고인민검찰원은 12일 지난해 공직자 5만5000명을 부패혐의로 조사했으며, 장차관급 공직자 28명이 낙마했다는 보고를 했다. 이같은 소식이 나올수록 왕 서기의 위상과 권위는 높아진다.
왕치산은 이번 양회기간 단 한차례 공개행사에 참석했다. 지도부들이 대거 비리로 낙마한 산시(山西)성의 인민대표 분과회의에 참석한것. 그는 이 자리에서 "조직적인 부패 사건의 교훈은 매우 크다"면서 "이 때문에 치르게 될 대가가 결코 헛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바짝 엎드린 차기 후보
2년후인 2017년 가을이면 차기 국가주석과 총리의 면면이 윤곽을 드러낸다. 관례적으로 두명의 후보자가 상무위원으로 진입해 후계자 수업을 하게 된다. 이미 공산당 정치국회의(25명)에는 두명의 1960년대 출생자가 포함돼 있다. 현재 베이징정가의 예상으로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가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에,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가 총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권력구도에 따라 후 서기가 총리, 쑨 서기가 국가주석 자리를 꿰찰 수도, 제3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번 양회에서 두 후보주자들은 최대한 조용한 행보를 펼쳤다. 언론접촉을 피했고, 발언도 자제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정치력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벌써부터 후계자행보를 보여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일 것으로 분석된다.
◆리샤오린마저 머그컵, 검소한 양회
이번 양회는 검소하게 진행됐다. 전인대와 정협은 기념품 안 주고 안 받기, 식사 초대 안 하기, 내용 없는 발언 삼가, 회의기율 준수, 회의장 간소화, 차량 관리 강화, 식사 표준 엄격 준수 등을 포함한 양회수칙을 만들어 지키도록 했다. 양회 대표단 숙소인 시즈먼(西直門) 호텔 역시 1회용 생수를 제공하지 않았다. 회의장에는 도자기 찻잔에 우린 차가 제공됐고, 룸에는 끓은 물이 비치됐다. 식당에서는 매일 식사할 인원 수를 점검했다. 회의자료는 인쇄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열람하게끔 했다.
중국에서 명품녀로 유명했던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 중국전력 회장마저도 이번 양회에서는 명품과 보석을 달지 않은채, 평범한 차림으로 임했다. 스스로 보온병과 머그컵을 들고와 물을 마시며 검소한 양회에 동참했다. 과거 명품 모피코트를 걸치고 양회에 참석했었던 가수 쑹주잉(宋祖英) 역시 화장기 없는 얼굴에 평범한 옷차림으로 양회무대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가 주목 글로벌 양회
중국의 국력이 급속 신장되어감에 따라 최대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 양회 기간 중 취재 신청을 한 기자들은 모두 3100명이 넘었으며, 이 중 홍콩 마카오 대만 및 외국 기자가 1000여명이다.
실제 양회가 개최된 인민대회당에는 외국기자들로 붐볐으며, 각 부 부장(장관)들이나 인민대표, 정협위원들의 기자회견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질문에 나섰다. 지난 15일 진행됐던 총리 기자회견에서도 9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17명의 기자에게 질문기회가 주어졌으며, 이 중 9명이 외국기자였다.
미중관계, 북핵문제, 일본과의 갈등, 남중국해 분쟁, 일대일로 구상, 아프리카 및 남아메리카 진출, 유럽투자 등 중국이 만들어내는 글로벌 이슈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매체들의 주목도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