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 시대] 한국은행 '환율전쟁' 동참… 원·달러 환율 상승세 가속도
2015-03-12 16:44
무엇보다 이번 금리 인하로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르면 오는 6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환율이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 한국은행 '글로벌 환율전쟁' 동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엔화나 유로화 약세는 일본과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 대해 큰 폭의 수익성 악화와 수출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위스 등이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린 것에 대해 "경기 활성화 정책이라기 보다 자국의 통화가치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같은 상황에선 우리나라도 환율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관련된 정책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도 "그동안 엔화·유로화 약세에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지 나타내는 환율)이 크게 절상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유럽의 양적완화 발표 이후 글로벌 통화완화 기조가 확산돼 실질실효환율의 절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지난 10일 종가 기준 원화는 달러 당 1122.6원으로 1096원 수준이던 이달 초와 비교해 일주일 새 2.39% 올랐다. 같은 기간 일본(1.82%), 말레이시아(2.07%), 싱가포르(1.66%), 인도네시아(0.97%), 태국(0.93%), 대만(0.75%)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절하 속도가 빠르다.
앞서 일본과 유로존이 양적완화를 단행하며 시작된 환율전쟁은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로존 주변국과 싱가포르, 호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속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한층 확산됐다. 여기에 최근 세계 경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중국까지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하면서 환율전쟁은 더욱 심화됐다.
다만 이 총재는 "각국의 통화완화 쟁책을 환율전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어느 나라 중앙은행 총재도 이 단어를 쓰지 않는다"면서 "환율전쟁이라는 표현은 환율 절하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것에 동참하겠다는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에 환율 상승세 속도 붙을 듯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향후 미국의 금리 정상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세가 이어지며 연내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미국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 강세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126.4원에 마감했다. 전일 종가(1126.5원) 대비 0.1원 내린 것이다. 이날 환율은 오전 9시 전날보다 5.0원 오른 달러당 1131.5원에 개장했고, 기준금리 인하 발표 직후인 오전 10시쯤 1136원을 웃돌기도 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인하로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더욱이 4월 이후 일본의 양적완화 연장 가능성과 오는 6월 미국 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환율이 최대 1180원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세는 한국의 수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오르면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기업에게는 긍정적"이라며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희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가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 상승세에 더욱 결정적이라는 설명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슈만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없었다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라며 "지금 환율은 대외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재 환율 상승은 금통위의 결정보다는 미국 금리 정상화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