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저 활용 투자 늘려… "한국, 선택과 집중 해야"

2015-03-11 16:51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엔저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거대 M&A 안건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코트라는 ‘엔저 장기화에 따른 일본기업 동향 및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기업들은 엔저를 바탕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일본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11일 밝혔다.

일본은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이 발족된 후 최근까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도입해오고 있으며, 2012년 12월 당시 달러당 82엔 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2014년 12월에 120엔 대를 기록한 바 있다.

코트라의 통계분석 결과에 따르면, 주요 수출산업 분야에서 한국의 총 수출은 ‘현상 유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부분이 △한·일 양국의 해외생산 확대 △FTA 효과 △한국의 브랜드파워 상승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엔저를 활용해 수출가격 인하폭을 확대해 나가는 등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기업의 결제통화기준 수출물가지수(2010년=100)는 2012년 말 100.7에서 2015년 1월 95까지 하락했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일본 기업들은 △판촉활동 확대 △해외 생산거점 U턴 △설비 투자 등 엔저를 활용해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닛산(Nissan)은 독일에서 신차 가격을 2000~4000 유로 인하했으며, 마츠다(Mazda)는 신차 구입 시 3000 유로를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벌이고 있다. 좀처럼 가격인하를 하지 않는 소니(SONY)도 싱가포르에서 중저가 휴대폰을 중심으로 가격인하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과거 혹독한 엔고 속에서 유지해 온 소극적 경영을 끝내고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 2월 나가사키 테크놀로지센터 등에 1050억 엔 규모의 설비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캐논(Canon)은 약 3337억 엔을 들여 스웨덴의 네트워크 비디오전문기업 엑시스(Axis AB)를 인수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파나소닉(Panasonic), 샤프(SHARP) 등 가전 업체들은 해외에 두고 있는 생산거점을 일본 국내로 회귀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엔저로 상승한 해외 인건비를 절약하고, 기술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둬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코트라는 전략 제품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뛰어난 품질로 제품의 트렌드를 주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고수익 제품을 뽑아 전략 제품군으로 분류하고, 그 제품군의 판매에 집중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대비 각 5.2%, 7.3% 성장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대내외 환경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은 현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윤원석 코트라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대내외 환경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은 정부지원을 활용하거나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코트라도 국내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