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는 '슈퍼 엔저', 일학개미 거래액 전월 대비 50% 넘게 증가

2024-08-04 12:52
엔화 반등시 환차익 누리는 ETF, 일본 주식 직접 투자도 늘어

[출처=한국예탁결제원]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국내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 긴축을 진행한 연준과 완화정책을 고수한 일본은행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엔화가치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일본 증시 투자자의 매수와 매도를 더한 거래건수는 3만7990건으로 전달(3만1069건) 대비 22.28% 증가했다.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친 거래액은 8억2080만 달러로 지난달 5억2064만 달러보다 57.65% 늘어났다.
 
일학개미들이 이 기간 가장 많이 순매수 결제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상장지수펀드(ETF)'로 3377만 달러를 순매수했다. 해당 ETF는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과 엔화 반등 시 환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어 아식스(906만 달러), 도요타(394만 달러), 닌텐도(372만 달러), 도쿄 일렉트론(268만 달러) 등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에 관심이 급격하게 커진 이유는 이 기간 엔화 가치가 엔저에서 엔고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달러·엔 환율이 7월 초 161엔에서 146엔까지 떨어지면서 '엔테크'(엔화 투자)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 배경이 됐다. BOJ는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BOJ는 3월 회의(-0.1%→0~0.1%)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으나, 이후 열린 두 차례 회의에서는 동결한 바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역사적인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면 침체가 계속되는 개인 소비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며 "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려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에 따른 엔화 강세 및 증시 하락은 최소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며 "시장이 기대하던 대로 BOJ는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향후 금리인하를 시사해 그간 누적되었던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