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세난 지친 세입자들 ‘허위매물 주의보’

2015-03-10 15:23
전세 매물 65건 가운데 확인 가능한 매물 3~4건 불과

인터넷 부동산정보 서비스에 허위매물이 급증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외벽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져 있는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정보 서비스에 허위매물이 급증하면서 전세난으로 가뜩이나 지친 세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특히 심각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전세매물의 경우 등록된 중개업소를 찾아가도 실제로는 매물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10일 아주경제신문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변 공인중개업소를 찾아 확인해 본 결과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성산시영아파트 전세매물 65건 가운데 실제 확인이 가능한 매물은 3~4건 정도에 불과했다. 30건 이상은 이미 거래가 완료됐으며, 20건 정도는 중복으로 등록된 매물이었다. 주변의 다른 아파트가 잘못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성산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품을 팔아야지, 인터넷을 믿으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을 때 여러 곳에 내놓다 보니 중복 매물이 많다. 전세가 나오면 바로 나가버리니 정보를 수정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바로 옆 B공인중개업소를 찾아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A공인중개업소에서 확인했던 매물 1건 말고는 실제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매물이 없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물이 나오면 연락줄 테니, 전화번호를 적고 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인터넷에 올라온 매물은 허위와 중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포털사이트 부동산 서비스와 이곳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매물 확인에 한발 물러서 있다. 특히 포털사이트의 경우 정보제공업체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네이버는 이용약관을 통해 "네이버 부동산이 제공하는 정보의 정확성이나 신뢰성에 대해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 정보의 오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서 "중개업소가 제공하는 다양한 매물정보에 대한 질문과 불만에 대해서는 해당 중개업소와 부동산 정보업체에 직접 연락을 취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우리나라 중개방식의 문제일 뿐, 실제 허위매물이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관계자는 "먼저 허위매물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없는 매물이나 가격이 정확하지 않은 매물이 허위매물이다. 3~4곳의 공인중개업소에 동시에 등록된 중복매물도 허위매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중복매물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중개계약으로 보기 때문에 허위매물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매물에 대한 책임제를 도입해 부동산 거래 시 특정 공인중개사에게 중개 권한을 주는 전속중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부동산 중개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전속중개계약이 정착돼야 할 것으로 본다"며 "부동산 중개문화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 소비자의 인식 제고와 정부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