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가구 대단지에 전월세 물건 달랑 4개…현실화 하는 여름 전세난

2022-04-24 14:27

 

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전세시장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매물이 줄고,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앞둔 시점에서 전세시장에 불안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여름부터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아파트 전문 정보사이트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와 월세 물량은 각각 2만5904건, 1만5857건이었다. 이는 지난달 23일 3만900건, 1만9423건과 비교하면 각각 16.2%, 18.4% 감소한 수치다.

실제로 서울 시내 대단지에서 전·월세 물건은 씨가 말랐다. 서울 강서구 마곡수명산파크1단지는 1421가구 대단지임에도 전세물량은 단 4건만 남아 있다. 월세 물량은 없다. 3658가구 대형 단지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세 매물은 단 11건뿐이며 월세매물은 16건이다.
 
강서구 한 공인중개업자는 “봄 이사철이 지나면 전세 물건이 늘어야 하는데, 지금은 물건 보기도 어렵다"면서 “어쩌다 나오는 물건도 가격이 수억 원씩 올라간 것들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임대차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보다 35.7%(1만1427가구) 줄어든 2만520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2020년 4만9478가구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에 이렇다 할 입주 물량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전월세시장은 대책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임대차 3법을 개정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온 뒤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인 뒤 지켜보고 있으며, 수요자들은 법 개정 전 계약을 서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이자 상승, 보유세 부담 등으로 월세 거래 비중이 늘었다”며 “전세 물량은 반전세 등 월세를 낀 거래로 바뀌며 줄고, 월세 물량은 계약되며 소진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수도권 집값도 다시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18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0.03%→-0.02%)과 서울(-0.02%→-0.01%) 전셋값은 전주 대비 하락 폭이 줄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에선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전용면적 102㎡형 전세계약이 체결됐는데 한 달 전 거래가(10억원)보다 2억원 이상 올랐다. 연초 5억원에도 전용 84㎡형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던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3단지 푸르지오’에선 이달 7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가뜩이나 임대차 시장에 7월 위기론이 예고된 상황에서 벌써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난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7월 말부터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소진한 전세 물건들이 시장에 나온다. 계약 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계약이 만료되면 그다음부터 집주인은 자유롭게 재계약 여부와 임대료 인상 폭을 정할 수 있다.
 
권일 팀장은 “신규와 갱신가격에 차이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한번 갱신한 물량은 지금 시세에 맞게 거래될 것”이라며 “전체적인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