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고속 인수 나선 금호아시아나, 금호산업까지 그룹 재건 본격화

2015-03-09 19:03
매각 자금 1조원 넘을 듯… 박삼구 회장 자금 동원력 여부 관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고속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그룹 재건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박 회장은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산업에 대해서도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향후 그룹 전체 경영권을 지키고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그룹은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를 빼고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룹의 모태로 불리는 금호고속은 지난 2012년 금호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돼 분리된 바 있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 매각 의향자보다 앞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IBK펀드는 지난달 23일 금호아시아나에 금호고속 매각 가격이 담긴 최종 매각 제안서를 발송했으며 그룹은 이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검토했다. 매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4000억~5000억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금호고속의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현재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산업의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인수 시 건설사와 국적항공사까지 보유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금호산업 인수 실패 시 사실상 그룹 동력의 대부분을 잃게 되는 셈이어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회장 역시 그동안 수차례 금호산업 인수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KDB산업은행은 이달 2일 금호산업 지분 매각 입찰적격자로 호반건설과 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컨소시엄 등 5개사를 선정했다. 매각대상은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으로 보통주 기준 57.48%다. 입찰적격자는 9일부터 약 5주간 금호산업 예비실사를 실시하게 된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말 입찰제안서를 접수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과 인수전을 펼치게 된다. 박 회장은 입찰에서 나온 최고가를 제시하면 금호산업 인수가 가능하다. 현재 금호산업의 매각 가격은 8000억~1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금호산업 인수는 초기만 해도 대기업들의 참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불참 의사를 나타내는 등 관심이 다소 떨어져 박 회장의 인수가 다소 수월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인수전이 치열해지면 매각 가격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박 회장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총 매각 가격이 1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돼 박 회장의 자금 동원력이 충분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기한 내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매각이 다시 추진된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1500억~2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군인공제회 또는 대상그룹과의 연계 가능성도 점쳐진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금호타이어 매각 당시 지분 70%를 매입한 후 2년 뒤 박 회장에게 32.14%를 되팔아 우호적투자자로 분류된다.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이 박 회장의 매제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매각 조건에 대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으로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사옥.[사진=금호아시아나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