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靑 정무특보·김영란법’에 정국 출렁…‘强대强’ 대치 예고
2015-03-10 00:14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3월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9일 여야는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 사태로 촉발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와 대통령 정무특보 겸직 등을 놓고 충돌했다.
여기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예고, 정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2월 임시국회를 마친 정국이 외치(外治)와 내치(內治) 이슈로 혼재된 양상이다.
특히 사드배치 문제는 미·일과 북·중 사이에 낀 우리의 ‘샌드위치 외교’와 직결, 경우에 따라 동북아 지역이 격랑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국을 지렛대 삼아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사드배치에 힘을 싣는다면, 중국의 무역보복 등 한·중 관계의 악재가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정은 이날 사드배치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사드배치 강경론자’인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는) 국방예산의 문제이자, 국가생존 문제”라며 조만간 당론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반면 국방부는 같은 날 “대한민국 정부는 사드 미사일을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표면상으로는 사드배치에 선을 그은 모양새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힌 ‘전략적 모호성’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부상한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배치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수뇌부가 리퍼트 대사 습격 사건을 계기로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보수층과 일부 중도층을 흡수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테러방지법의 조속한 통과 △북한인권법 제정 등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사드배치를 둘러싼 당·정 간 엇박자가 박근혜 정부의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은 여권 내 비박(비박근혜) 지도부가 사드배치에 불을 붙인다면,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 사이의 대결 구도가 확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간 지지율 하락 국면마다 외치효과를 본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전략적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동북아의 샌드위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사드배치와 관련해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3월 내외치 혼재…‘人의 장막’도 변수
사드배치가 정권의 딜레마로 작용한다면, 최근 보수층 결집으로 지지율 상승세에 날개를 단 박 대통령이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3월 첫째 주 정례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9.0%로 치솟았다. 지난주 대비 4.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3.0%포인트 하락한 54.6%였다. 주한 미국대사 습격 사건 이후 보수층이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금명간 임명할 청와대 정무특보(새누리당 주호영·윤상현·김재원 의원)를 놓고 국회법상 겸직 위반 논란이 점화된 데 이어 김영란법의 위헌 논란도 확산일로다.
국회 사무처에 정무특보 겸직에 대한 유권해석을 지시한 정의화 국회의장이 자칫 박 대통령의 인사권에 제동을 거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집권여당은 미증유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정무특보 논란에 대해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비판, 대대적인 대여공세를 예고했다.
여기에 김 전 위원장이 여야 합의로 통과한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논란에 가세한다면, 3월 정국은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여야 간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할 전망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주한 미국대사 피습 등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까지는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전제는 청와대 정무특보, 김영란법, 경제활성화 등 국내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