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코이카는 오픈 플랫폼"...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2015-03-09 00:01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 김영목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KOICA)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공교롭게 마크 리퍼트 대사가 테러를 당한 날 저녁에 이뤄졌다. 

직업 외교관 시절 대표적인 미국 전문가였던 김 이사장에게 앞으로 한미관계에 어떤 파장이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예상대로 시원한 답변이 나왔다.

"한미 정부끼리야 이해하겠지만 미국의 평범한 시민이나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은 한국이 '미국을 지는 해, 중국을 뜨는 해'로 여겨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 미국 조야에서 한국의 기본 배경이 그런 것이 아니냐고 평가할지 그 부분이 걱정된다. 한류를 통해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전체적으로 국가적 데미지가 크다." 김 이사장의 답변에서 나라 걱정부터하는 외교관의 노련함이 느껴졌다.

"코이카로 돌아가야겠다. 설립된지 올해로 24년이 됐다. 청년이 된 코이카는 어떤 조직인가"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이 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코이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코이카는 대한민국의 공적원조를 개도국과 취약국들에 시행하는 무상원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국제 무상원조 기관으로서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와 지속 가능한 경제사회개발에 기여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외교 전략, 경제 등 대내외 정책에 기여하고, 국격을 향상시키는 스마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코이카는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하여 사업을 추진 중인데, UN산하기구, 우방국 원조기관, 개발관련 민간기구, 재단, 연구소 등과 협업하고, 연구 성과, 경험, 지식을 공유하는 동시에 다양한 대국민 교육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코이카는 교육기관․병원 등 의료․보건 시설 건립, 정부 법제도와 전자정부 등 국가 경영 자동화, 산업, 교통․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 경제․사회 개발 전반에 걸친 종합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시행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코이카가 일종의 국민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잘 안 알려져 있다. 지식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이카는 연간 약 5,000여명의 개도국 공무원, 학생들에게 석사과정, 중·단기 교육을 제공하고, 연간 약 2,000여명의 전문가, 봉사단, 자문단, 긴급구호대 등을 선발 교육해 개도국에 파견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이야기를 해보자. 유엔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소속 국가에 권고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 기준은 국민총소득(GNI)의 0.7%인데, 우리나라는 0.16% 에 불과하다."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가 일종의 국민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잘 안 알려져 있다. 지식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데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진웅 timeid@]


"DAC 회원국별 ODA 순지출액(Net Disbursement)으로 볼 때 미국은 2013년 310억 불 가량을 원조한 최대 공여국이다. 다음으로 100억 불 가량의 원조 규모를 기록한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순이다. 한국의 원조규모는 2013년 기준 17.4억 달러로, 28개 DAC 회원국 중 16위 (‘10년 18위, ‘11년 17위, ’12년 16위) 에 위치해 있다. 2013년 우리나라의 ODA 총 규모와 국민소득 대비 비중은 모두 전년에 비해 한 단계씩 상승해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한국의 ODA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총 금액이 아닌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로 볼 때,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UN의 권고인 0.7%를 달성하여 경제수준 대비 높은 ODA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DAC 회원국 전체 평균은 2013년 기준 0.30%로, UN 권고 비율의 절반을 밑돌고 있어,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3년 0.13%의 수치를 보이고 있어서 평균치보다 훨씬 낮으나, 2012년 대비 9.2%가 증가해 OECA·DAC 회원국의 평균 증감율인 6.21%보다 높은 증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코이카가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뭔가"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는 아주 선진화하고 스마트한 조직으로 발전해야 지금의 작은 인력으로 사업과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진웅 timeid@]


"코이카는 아주 선진화하고 스마트한 조직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업무 감당이 어렵다. 선진화 개혁을 가속화 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스마트하게 해야 한다. 적은 인력으로 사업과 예산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제원조투명성기구(IATI)에 가입하면 정보를 체계화·데이터화 해야한다. 지금의 적은 인적 자원으로 하기 어렵다. 직원들에게 조직 개혁과 선진화된 방법을 배우라고 몰아친다. 전세계 사무소장 회의때 사흘간 몰입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나라마다 절대 빈곤은 줄었지만 상대적 빈곤이 늘어났다. 피케티의 논리와 상관 없이 도시와 농촌, 기회, 소득의 격차가 확대 됐다. 어떻게하면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고 있다. 코이카에서도 이런 주제들을 국제 조류에 맞고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코이카의 대외원조사업 가운데 어려운 점이 뭔가"

"혁신적인 재원동원 방식이 고안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론이다. 세계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나라들의 GNI대비 원조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 스웨덴, 영국, 덴마크 등 일부 북구 국가들은 OECD권고 사항을 유지하고 있지만,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일부 모범 국가들도 경제사정으로 인해 ODA 규모가 전년대비 감소했다.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고 투자자본도 이익낼 수 있는 ODA와 민간투자의 결합 모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 입장에서는 무상 공여부분이 상당부분 늘어야 국제적인 대열에 동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남궁진웅 timeid@]


"우리나라 원조 규모는 유엔의 권고에 훨씬 못 미친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수치에도 한 참 못 미친다. GNI 대비 비율을 그대로 지키긴 어렵지만 그래도 한국의 ODA 규모는 계속 증대되고 있다. 전체규모 총 21,517억원 가운데 7,571억원 (53.1%) 이 무상원조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ODA가운데 30% 정도를 코이카가 집행한다. 40~50%도 안되는 상황에서 대표성있는 ODA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원조 추세가 취약국에 대한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국민국가 형성)이다. 코이카 입장에서는 무상 공여부분이 상당부분 늘어야 국제적인 대열에 동참하는데 코이카가 담당하는 예산이 적어 어렵다."

"감사원의 지적 가운데 나라별로 ODA 불균형 심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취약국들이 유상 원조는 국가 채무가 되기 때문에 줘도 못받는다. 대단히 취약한 국가들은 무상으로 해야 하고 융통성있게 해야 한다. 국제적인 추세에도 맞고 코이카가 해야 하는 것에도 맞다. 코이카가 많은 개발 협력을 하는 부처나 기관들의 협조 대상이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수많은 민간 단체, 학생, 중년의 퇴직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공공기관 협력기관이 될 수 있다. 30%의 액수에도 불구하고 여러사람들과 서비스 하고 우리나라 원조가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은 "코이카의 인력확충과 처우 개선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했다. [남궁진웅 timeid@]


"코이카의 인원과 처우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하다."

"지금 코이카는 1991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예산규모는 3,486% 증가했지만 인원은 55% 수준의 소폭 증원이 있었다. 총 정원은 29% 감소했다. 예산과 사업의 종류는 몇백배부터 몇천배 늘었는데 인원이 50%밖에 안늘었다는 건 문제다. 코이카 조직이 선진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말씀 드렸다. 적은 인원으로 하려면 능력있고 추진력있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데 지금의 임금수준으로 능력있는 사람들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청년 인재들도 자기 대우와 커리어를 생각해서 하는데 아프리카에 에볼라 전문가를 모집하면 안온다. 120개 사업이 있고 사무소가 나가 있는곳이 46개이다. 우리가 안나가 있는 나라들도 요구하는 것이 많다."

"코이카의 원조가 늘어나는게 먼저인가 인력과 처우 개선이 먼저 인가"

"시민단체나 학계등에서는 ODA 성과를 본다. 성과를 내는데 굉장히 많은 인력과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사업 결과만 요구한다. 제가 보는 우선순위는 우수한 인력의 확충이 더 시급하다. 그 인원과 자금이 전부 ODA로 투입된다. 선진국 평균이 15%라면 우리는 5%가 채 안된다. ODA를 위해 일하는 인건비와 행정비가 더 늘어나도 국제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 없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는 한국에 대한 피어리뷰(peer review·동료 평가)결과 보고서를 통해 코이카의 인적구조가 우려된다고 말한적도 있다."
 

김영목 코이카 이사장은 "한국의 ODA에는 최빈국에서 모범적인 산업국, 민주주의 실천국으로서 산 경험, 그리고 빈곤과 도농격차를 극복하면서 투입되었던 정신, 지혜, 기술이 농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남궁진웅 timeid@]


"그래도 코이카는 수많은 수원국(원조받는 나라)들에게 '우리와 함께 가면 잘 살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한국만 보여줄 수 있는 ODA 비결이 있다. 한국의 ODA에는 최빈국에서 모범적인 산업국, 민주주의 실천국으로서 산 경험, 그리고 빈곤과 도농격차를 극복하면서 투입되었던 정신, 지혜, 기술이 농축돼 있다. 많은 개도국들이 산업역량 개발과 함께 농촌 및 사회개발의 효과성이 검증된 새마을 운동 전략 경험을 전수받고자 한다. 특히, 새마을을 국가의 전략에 적용하려는 의지를 확인하였기에 KOICA는 새마을 운동 전략을 국제적이고 보편적으로 원용될 수 있는 한국 ODA의 브랜드로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및 우간다, 르완다 등의 국가들이 한국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한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새마을 운동 모델을 공부하고 전수받아 국가의 정책으로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는 한국의 제도 자체를 이양하려는 노력을 하며, 우리 KIST를 모델로 V-KIST를 설립 중에 있다.

"개발도상국 뿐만 아니라 UN산하 기구, OECD, 월드뱅크(World Bank) 등 국제개발기와,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 그리고 중국·터키·멕시코 등의 신흥국들도 한국과의 협력강화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KOICA와의 공동사업 추진 등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월드뱅크 김용 총재는 세네갈에서 진행되는 WB 지역개발사업에 KOICA의 새마을 사업의 이념과 원칙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해 현재 구체 협력방안 논의 중 (이외에도 UNDP, FAO, WFP, OECD, DFID, 터키, 태국, 멕시코, 칠레, 일본, 싱가폴 등과 공동사업 진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