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르는 유럽

2015-03-08 06:00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

글로벌 경제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국 소비자물가를 보면 1% 이하의 저물가가 보편화되는 양상이다. 전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마저도 2012년 이후 물가목표(2%)를 넘는 것이 힘겹기만 하다. 유로존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신흥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는 지난 2월 <글로벌 자산 전략>을 통해서 성장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디플레이션을 포함한 시장 변동성 확대의 근원적인 문제라고 보았다. 금융위기 이후 치유되지 못한 저성장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기업실적마저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지난 연말대비 2.6% 하락했다. 선진국이나 신흥국 모두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그렇지만 주가는 연일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 뉴욕증시는 연휴 동안 신고가를 보였고, 독일의 닥스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4년부터 이어져온 불확실한 변수들이 정리되며, 투자심리 개선도 일조했다.

매크로 측면에서 살펴볼 지역은 선진국, 그 중에서도 유럽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이 과거 성장추세로 복귀하지 못한 가운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유럽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유럽의 경기 회복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탈피 시그널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일부 지표에서는 이미 변화의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유로 약세 및 저유가의 영향으로 독일을 비롯한 수출기업들의 무역환경이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하락세가 멈추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심리마저 살아나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수요 회복은 기대인플레이션(물가연동국채 수익률 – 명목국채 수익률)을 자극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긴축을 동반하며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가 과도하게 억눌린 측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저유가와 ECB의 양적완화 조치로 기대인플레는 다시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대인플레가 상승하면 기업들의 투자심리도 재차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유로 약세와 저유가로 기업실적의 개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통화절하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수출기업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실제로 연초 이후의 업종별 상승률을 보면 금융주보다 소비재 업종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글로벌 유동성의 흐름을 보면 아직까지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하다. 연초 이후 글로벌 뮤추얼펀드의 자금동향을 살펴보면 채권형 펀드로 강한 쏠림이 나타났다. 특히 미국 채권형 펀드로는 한 주만에 168억 달러가 순유입되며 주간기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채권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기 위한 금리인하가 더해져 채권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집중되었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선진국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되는 인터내셔널 펀드로는 연초 이후 112억 달러 가량이 유입됐다. 연초 이후 주요 선진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과 일치하는 흐름이다.

반면 신흥국에서는 유출이 이어졌다. 신흥국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되는 세계신흥시장(GEM) 펀드군으로는 동기간 44억 달러 가량이 유출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소폭이나마 유입세로 전환되기도 했으나, 신흥국 펀드 흐름은 앞으로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3월에도 2월에 제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선진국 펀드로의 제한적 유입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접근은 3월에도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전반적인 위험자산 가격이 상승하기 위한 조건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다. 어디까지나 제한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개선과 더불어 유동성 효과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기까지는 다소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당분간 투자의 핵심은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2월 제조업 PMI는 54.3으로 전월 대비 상승하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민간고용 증가와 함께 경제활동인구도 늘고 있다. 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하고, 1~2월 북미지역을 강타한 혹한과 강추위로 3월 발표될 경제지표가 요철국면을 지날 수 있겠지만, 글로벌 증시는 불안의 벽을 타고 상승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자산에 대한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지만 달러 강세가 속도조절을 하고 있고, 유럽의 펀더멘털이 회복되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유럽에 대한 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선진국 비중은 비중확대를 유지하되, 그 안에서 유럽과 미국에 대한 균형있는 투자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유럽 내에서 독일은 지표 개선이 가장 두드러진다. 유로 약세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종별로는 소비재와 서비스, 부동산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