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르포-PK] “PK는 與 아이가” vs “인물 보고 뽑아야죠”…요동치는 朴대통령 지지율

2015-02-26 18:21
[朴정부 3년차 민심 풍항계] ②PK, ‘與道냐, 野道냐’ 중대 갈림길

24일 부산역 인근 초량전통시장. 경제 불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38%)과 새누리당(48%)의 지지율은 부산·경남·울산에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 부정평가는 56%,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도는 27%였다. [사진=(부산)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입춘을 지나 겨울 끝자락에 마주 선 24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것은 광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선 1인 시위자였다. 40대 남성은 “쌍용차 부당해고를 반대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홀로 서 있었다. 그는 광장으로 내려오는 시민들을 이따금 쳐다봤지만,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듯 지나쳤다.

광장 한쪽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남성 노숙자가 얼굴을 가린 채 잠을 청했다. 그 풍경은 부산·경남(PK)의 서민경제도 대구·경북(TK)과 마찬가지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징처럼 보였다.

매년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은 서면역을 중심으로 백화점과 영화관, 해운대역을 중심으로 대단위 아파트와 관광시설 등을 형성하며 다핵 구조의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그 뒤편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 있었다.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 이후 여도(與道)로 변한 부산·경남에도 ‘시나브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정치가 밥 먹여 주나”…민심 부글부글

“정치요? 뭐라 캅니꺼. 정치가 밥 멕여 주나. 요새는 마 경기가 너무 나빠가 일거리가 없다 아입니꺼. 계속 공치는 날이 더 많지예.”
 

부산·경남(PK)의 서민경제도 대구·경북(TK)과 마찬가지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징처럼 보였다. 여권 텃밭인 PK의 지지율이 요동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부산) 최신형 기자]


부산역 광장 왼편에서 담배를 피우던 장광식(55·남)씨는 부산 민심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한다고 밝힌 장씨는 새해 들어 절반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근 초량전통시장으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과 폐업한 가게들이 한데 뒤섞이면서 포근해진 날씨와 달리 을씨년스러웠다.

시장 좌판에 귤 등을 깔고 장사를 하던 40대 아주머니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가꼬 장사가 너무 안 되예. 벌이도 작년에 비해 시원찮고….” 손님이 없는 가게에서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다는 듯 연신 과일 바구니를 정리했다.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김정순(67·여)씨는 “장사는 안되지 고마 말도 마이소. 설 대목도 없었어예. 정치하는 양반들은 싸움이나 하지…. 국민들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되는 긴데 세금만 축내고 참 갑갑합니더”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통계청의 ‘2013년 지역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부산의 1인당 개인 연 소득은 1618만원으로 울산(1916만원)과 서울(1860만원) 등과 함께 상위권을 유지했으나, 실제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겨울 한파만큼 추웠다. 박근혜 정부 3년차 들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셈이다. 

◆2030세대 “文” vs 5060세대 “미워도 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박 대통령(38%)과 새누리당(48%)의 지지율은 부산·경남·울산에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 부정평가는 56%, 새정치민주연합 지지도는 27%였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결과를 보면, 2030세대는 12%와 13%만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5006세대는 44%와 52%로 4배에 달했다. 부정평가는 20대(76%)와 30대(82%)에선 10명 중 8명이 박 대통령을 비토했다. 50대(49%)와 60대(38%)에선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이유다. [사진=(부산) 최신형 기자]


1년 전 이 지역의 지지도를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63%, 새누리당은 54%였다. 박 대통령은 25%포인트, 새누리당은 6%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27%, 새정치연합(당시 민주당) 지지율은 16%였다.

세대별 지지도 간극도 뚜렷했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결과를 보면, 2030세대는 12%와 13%만이 박 대통령을 지지한 반면, 5006세대는 44%와 52%로 4배에 달했다. 부정평가는 20대(76%)와 30대(82%)에선 10명 중 8명이 박 대통령을 비토했다. 50대(49%)와 60대(38%)에선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역 근처에서 만난 김일호(30·남)씨는 이와 관련, “서민·중산층 복원을 주창한 박근혜 정부가 지난 2년간 한 일이 무엇이 있느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태나 세월호 참사, 인사 파동 등만 생각이 난다”며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야권 성향 지지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울산 출신인 심지영(43·여)씨는 이를 “여당 피로도”라고 정의 내렸다. 해방 이후 반년 동안 새누리당(전신 포함)이 지역을 독식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불균형만 심화되면서 ‘영남 소외론’이 부산·경남 지역을 엄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군인인 김모(21·남)씨는 “아직은 신분 때문인지, 체감경기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전역을 앞둔 병장들이 대학등록금과 취업 등을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위기감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요즘 ‘5포’(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내집 마련 포기)세대라는 말이 유행이 아니냐. 걱정이다”라고 씁쓸히 웃었다.

시장 납품을 하는 이모(56·남)씨는 “언제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해 일했습니꺼. 요새는 고마 정치는 신물이 납니더. 아들 키우기도 어렵고 나중 생각하모 앞이 깜깜하지예”라면서도 “그런데 그거하고 정치 지지는 안 다릅니꺼? 요기는 박(박근혜)입니더”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자체를 불신하면서도 앞으로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인 뒤 발을 옮겼다. 여도(與道)냐, 야도(野道)냐의 갈림길에 선 부산·경남의 현재는 ‘이제는(인물)과 그래도(당)’의 전투장이었다.
 

그는 정치 자체를 불신하면서도 앞으로도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인 뒤 발을 옮겼다. 여도(與道)냐, 야도(野道)냐의 갈림길에 선 부산·경남의 현재는 ‘이제는(인물)과 그래도(당)’의 전투장이었다. 급락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할지 주목된다. [사진=(부산) 최신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