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의 갤럭시노트] '아빠를 부탁해', 실은 연예인 지망생 딸의 데뷔를 부탁해?

2015-02-23 16:48

[사진 제공 = 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부족함 없는 지원을 좋은 부모의 요건이라 여기며 소처럼 일만 한 아빠와 그런 아빠의 뒷모습만 보고 자란, 이제는 아빠의 빈자리조차 느끼지 못하는 20대 딸아이가 함께 하루를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생각만으로도 얕은 한숨이 나오고 머리가 쭈뼛거린다. 20, 21일 방송된 SBS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는 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주 무기로 내세워 범람하는 부성애 예능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았다.

소통하는 법을 잊은 이 시대의 부녀를 대변하기 위해 이경규·이예림, 강석우·강다은, 조재현·조혜정, 조민기·조윤경 부녀가 카메라 앞에 섰다. 프로그램이 크게 성공해 출연진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시청자가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은 여기다. 바로 이경규, 강석우, 조재현의 딸이 방송 데뷔를 꿈꾸고 있다는 것. 이경규와 딸 예림과 강석우의 딸 다은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조재현의 딸 조혜정은 이미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신의 퀴즈4’에도 출연했다. 아버지 조재현의 후광이 없었더라면 설 특집프로그램 출연은 꿈도 꿀 수 없는 처지라는 이야기다. 조민기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딸 윤경 양 역시 꿈이 아나운서이기 때문.

표현에 서툰 아버지와 도통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부녀의 이야기에 크게 감동한 시청자는 출연진 2세가 모두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한 모양새다. 귀성길만큼 치열한 설날 파일럿 프로그램 전쟁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정규 편성 이야기가 솔솔 흘려나오자 ‘한 번이니까, 괜찮겠지’하며 눈감이 주었던 불편함이 ‘이렇다가 또?’라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이경규를 제외한 강석우 조재현 조민기는 예능 첫 출연이다. 현장이 제집처럼 편한 사람들이겠지만 진짜 본인 집에 카메라를 단 것은 처음이다. “딸과 단둘이 있는 것보다 집에 있는 카메라가 더 어색했다”는 이들이 마음의 빗장을 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혹시 또 다른 형태의, 여타 연예인지망생의 부모는 해줄 수 없는 부성애였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