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사진속의 나라
2015-02-23 16:33
우리에게는 '금지의 땅'이 된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학술회의였다.
그간의 북한 관련 학술회의는 대부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북한에 대한 모호성에 기초해 학자들이 분석하고 전망하는데 그쳤다면, 이날은 물론 단편이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전함으로써 참석자들이 매순간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에 빠지게 만들었다.
북한에서 관광업을 하는 미국인 사이먼 커커럴 고려투어 대표는 기조발언을 하는 동안 자신이 북한에서 순간순간 찍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상을 포토 슬라이스쇼로 배경 화면을 대신했다.
그가 말한 북한에서의 관광 사업은 북한 현지 사업 파트너를 잘 만나야 하고 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시 하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실제 '사업노하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에서의 사업은 현재 '선점효과' '독과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업체가 생길지 두렵다는 '농반 진반'의 너스레를 떠는 여유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불현듯 그가 공개한 그 사진속 북한을 신기해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불편했다.
인터넷만 뒤져도 중국인들이 북한을 관광하면서 찍은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지구 건너편 외국인들을 통해 들어야 하는 사실이 서글퍼졌다.
간헐적으로 듣고 있던 북한의 최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네덜란드 대북 투자 자문업체인 GPI 컨설턴시의 폴 치아 이사는 "지금 북한은 중국이 개혁·개방할 때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 혈안이 됐고 중산층을 키우려고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에게도 우리에게도 지금이 '적기'란 이야기다.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로 남북경제 '발목'이 묶이는 동안 북한은 변해하고 있다. 시장이 생겨났고 신흥 부자도 등장했다.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는 핵이 아니라 두꺼운 지갑에서 나온다"는 말을 했다. 지갑이 해결하는 것은 안보 뿐만이 아닐 것이다. 정부가 5·24 조치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