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펀치' 마지막회…웰메이드 드라마의 정석
2015-02-18 10:44
‘펀치’는 정치권력을 그린 ‘추적자’, 자본의 권력을 그린 ‘황금의 제국’에 이은 ‘권력 3부작’의 완결편이다. 서로의 약점을 움켜쥐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건을 만들고 관리하는, 진실조차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권력층의 욕망을 그렸다.
‘펀치’가 보여준 세상엔 선은 없다. 꿈틀거리는 욕망을 은밀히 숨긴 채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는,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진흙탕을 기어 성공을 눈 앞에 둔 검사 박정환과 아내 신하경만이 이 징그러운 세상에 한가닥 비현실적 희망이었다.
“박경수는 드라마 판에 몇 안 남은 문학의 아들”이라는 한정환 EP 말처럼 박 작가는 쌍용차 해고자 자살, 비비케이 동영상, 땅콩 회항 등을 연상시키는 선 굵은 에피소드와 흐트러지지 않는 구성을 놓치지 않고, 한눈파는 법이 없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 끝까지 야무지게 마무리했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은 불치병이었던 멜로의 강박을 떨쳐냈다는 것은 유의미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함축적인 대사와 들을수록 진국인 말맛은 덤이다.
박경수 작가의 대본을 든든히 받쳐준 배우의 공도 크다. 특히 1회에서 시한부를 선고받은 김래원은 매회 앙상하게 여위어간다.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되는 촬영에 연기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대본을 읽는 수준”이라고 엄살을 떨던 그는 치열한 승부사처럼 상대의 비리를 파고들다가 엄습하는 죽음의 공포를 홀로 이겨내는 박정환을 리얼하게 연기해냈다.
욕망으로 꿈틀거리는 악역에 인간적 고뇌를 결합한 조재현, 인간의 이중적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한 최명길, 비열한 연기의 맛을 살린 박혁권과 장현성, 괴물 같은 캐릭터의 향연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으며 존재감을 뽐낸 김아중과 서지혜도 빼놓을 수 없다.
창대한 것의 시작은 종종 미비하다고 했던가. ‘펀치’는 초반 시청률 꼴찌로 출발한 후 중반부터 시청률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시청률이 작품성을 항상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펀치’는 탄탄한 작품성만큼 사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