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형 로버’로 달탐사 나선다

2015-02-16 14:32
KIST, 시연회 열고 로버 기술검증모델 공개
300℃ 온도차 극한 환경 견딜 내구성 갖춰

[달탐사 로버 기술검증모델 외형]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한국형발사체에 실려 오는 2020년 달탐사에 나설 로버(Rover)의 모델이 16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달탐사연구사업추진단은 이날 서울 성북구 KIST 본원에서 기자간담회 및 시연회를 열고 로버의 기본 성능을 검증하는 기술검증모델과 핵심 부품인 고체윤활 베어링 시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버란 달이나 화성 표면에 착륙해 자체적으로 움직이며 광물 채취와 성분 분석을 수행하는 로봇을 뜻하는 것으로 국내 모델의 고유 명칭은 아직 고민 중이라고 KIST 측은 전했다.

추진단이 개발한 로버는 영하 170도~130도에 이르는 달의 극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하는지를 살펴보는 검증용 모델이다.

기술검증모델은 로버의 기본 성능을 검증하고 가장 적합한 모델을 탐색하기 위한 사전 연구에 해당한다.

기술검증모델을 통해 최적의 모델이 결정되면 공학모델(EM)과 인증모델(QM)을 거쳐 실제로 사용될 비행모델(FM)을 제작하게 된다.

KIST 로버는 높이 25㎝·길이 70㎝·폭 50㎝, 라면박스 정도의 크기로 바퀴가 6개 달린 소형 카트 형태다.

울퉁불퉁한 달 표면과 접촉을 잘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차체가 앞뒤 두 개로 분리돼 있다. 최대 속도는 1초에 4㎝이며 30도 경사까지 오를 수 있다.

앞쪽 수레에는 A4용지 2장 크기로 태양광 전지판이 붙어 있으며 최대 340시간 동안 작동이 가능하다.

로버의 전체 무게는 20㎏으로 예정돼 있으나 과학탐사 장비 등 탑재체 무게가 7㎏이어서 본체는 13㎏ 이내로 제작돼야 한다.

본체에는 로버 구동을 위한 모터 10개와 각종 장치 제어를 위한 CPU, 전력공급을 위한 배터리팩 등이 모두 내장된다.

1997년 화성에 첫발을 디딘 최초의 화성탐사 로봇 ‘소저너’와 동급이고 120㎏가 넘는 중국의 달탐사 로버인 ‘옥토끼’에 비하면 가벼운 편이다.

KIST 로버는 한국형발사체 전체 무게가 200㎏로 정해져 있어 무게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동철 추진단장은 “로버가 20㎏라고는 하지만 발사체 전체 무게의 10%나 차지한다”면서 “소형화·경량화 작업이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달에서는 온도가 낮고 진공도가 높아 액체 윤활유를 사용할 수 없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체 윤활제를 적용한 로버용 베어링을 설계·제작했으며 박막코팅 기술을 함께 개발해 달탐사 로버 구동부 개발에 핵심이 되는 우주환경 윤활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하는 출연연 협력 융합연구사업인 ‘달탐사 로버 기반연구’ 과제의 일환으로서 개발된 것으로 총 77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한국이 2020년 달에 로버를 보내면 러시아와 미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탐사 로버를 보낸 국가가 된다.

이우섭 KIST 박사[사진=KIST 제공]

연구책임자인 이우섭 KIST 박사는 “이 시제품은 한국형 달탐사 로버 개발을 위한 초기모델”이라며 “지금까지 축적된 우리나라의 필드 로봇 기술과 극한환경 로봇 기술을 활용해 이른 시일 안에 한국 고유의 월면 탐사 로버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