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기업 채용 비리 막는다…'외부 인사' 포함 인사위원회 설치
2015-02-15 12:37
기획재정부는 15일 공공기관들의 채용과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용에 관한 지침'을 개정,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기존 지침이 인사에 대한 기본방향만 제시해 개별 공기업들이 자체 인사규정 등을 통해 제각기 다른 원칙과 방식을 적용하면서 편법에 따른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아 이번에 지침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기업들은 비공개 채용, 임직원 가족 우대 채용을 통한 고용 세습, 무자격자 뒷문 입사, 사전에 내정된 공개 채용, 내부 승진 비리 등 각종 인사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실례로 한국남동발전이 2011년 설립한 발전설비 운영·유지보수 업체는 최근까지 '공개채용은 시간 낭비'라며 부서장 추천과 면접만으로 75명을 입사시켰다. 이들 중 25명은 남동발전에서 퇴직한 사람이었다. 자회사가 모회사 직원들의 재취업 창구 노릇을 한 셈이다.
한 기관은 특정대학 출신자를 계약직으로 계속 채용해 감사에 적발됐다.
내부 인사에서도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하고 사실상 유력 임원이 영향력을 행사해 승진자를 결정하거나. 직원들이 승진 시험 문제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침으로 명시화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구체적인 조항을 지침에 담았다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지침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 운영을 위해 인사위원회 또는 이에 준하는 심의·의결 기구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인사위원회에는 전문가 등 외부위원을 포함시켜 투명성을 높이도록 했으며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평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인사는 위원회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지침은 또 소속 직원이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인사위원회 위원에 대해 관련 심사에서 빼 달라고 요청하면 인사위원장이 이를 검토해 필요하면 수용하도록 했다. 공정성 강화를 위해 직원의 인사위원 기피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지침은 아울러 '임직원 가족을 특별히 우대하여 채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해 편법을 통한 공기업의 불합리한 고용 세습에 제동을 걸었다. 임직원 가족의 특별 우대 채용 금지 조항이 지침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을 위한 면접시험 때에도 외부의 관련 전문가를 위원으로 참여시키도록 했고 서류전형 때에도 채용 규모나 심사 기준의 구체성 등을 고려해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 수 있도록 했다.
특수분야 전문직종을 채용할 때 제한경쟁 시험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채용 기준,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사전에 공개하도록 했으며 특별 승진에 대해서도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승진 인원과 승진 요건 등을 모든 직원에게 공지하도록 했다.
인사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범위와 기준도 사전에 설정해 관련 직원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공개하도록 했으며 인사 관련 이의신청 처리 등을 위해 인사고충창구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임원이 임기중 개인적 사유로 사직할 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직 희망일로부터 2개월 이전에 사직원을 제출하도록 했다. 임명권자나 임명제청권자는 사직원을 받고 나서 곧바로 후임자 선임 절차를 진행하도록 했다. 사직 등에 따른 임원 공백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 지침은 공기업 등에 기관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감사 등에 대한 자격 요건을 규정하도록 하고 요건을 만들 때 직위별 고려 사항을 제시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제도 개선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일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위원이 인사위원회에서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공기업을 못 믿겠으니 외부인이 심사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그 외부인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가능성도 있다"며 "기업의 사외이사 제도 같은 부작용을 낳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