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측, 사자에 물려 사망한 사육사 "사자 격리하는 내실 문 안닫은 사육사 과실"

2015-02-13 16:49
"CCTV에 김씨가 내실 2 문 닫는 김씨 모습은 보였으나 내실 1문 닫는 모습은 안 찍혀"

▲[자료 제공=서울어린이대공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지난 12일 오후 2시 23분께 사자에게 공격을 당해 사망한 사육사 김모(52) 씨의 사건에 대해 서울어린이대공원 측은 김씨가 맹수방사장과 내실을 격리하는 문을 닫지 않은 과실로 인한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13일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김씨는 맹수방사장에서 사자 두 마리에게 인형 등으로 동물 행동을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뒷정리를 위해 맹수방사장에 혼자 들어갔다. 당시 맹수방사장에는 사자를 격리하는 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고 이를 통해 방사장으로 나온 사자가 김씨를 공격한 것이다.

이날 2시34분께 소방점검을 위해 방문한 소방직 직원이 맹수방사장 입구에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목과 다리, 얼굴, 팔 등에 다발성 손상을 입은 상태로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 주변에는 10세 수컷 사자와 6세 암컷 사자 두 마리도 있었다.

소방직 직원은 다른 사육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연락을 받은 사육사 4명이 도착해 사자를 김씨와 격리, 내실에 가뒀다. 이후 2시49분 수의사가 사고현장에 도착해 119에 신고했고 피해자에게 심폐소생술 및 심장 제세동기로 응급조치했다. 

김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하기까지 15분의 시간이 걸렸다. 김씨를 발견한 즉시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자로 인한 제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먼저 사자를 격리시키고 119에 신고하는 게 원칙이라고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맹수방사장과 격리하기 위한 내실 문을 미처 닫지 않은 김씨가 이 사실을 모른 채 맹수방사장에 들어갔다 변을 당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전했다.

맹수방사장은 내실 1, 2 방 바로 앞쪽에 위치해 있고 맹수방사장과 격리하기 위한 문이 있다. 맹수방사장에서 훈련 등이 끝나면 문을 통해 바로 내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피해자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자 두 마리를 내실로 유인했다. 피해자는 사자가 좋아하는 내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내실 1, 2문을 모두 열었다.

사자 두 마리는 모두 내실 2로 들어갔으나 피해자는 내실 2에 있던 사자 두 마리를 다시 내실 1로 옮겼고 열었던 내실 문을 닫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내실 2의 문은 닫았으나 내실 1의 문을 닫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CTV를 살펴보면 내실 2의 문을 닫는 모습은 보이나 내실 1의 문을 닫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내실 1의 문이 열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해자는 맹수방사장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갔고 변을 당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 13분께 병원으로 이송된 김씨는 1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의료진은 "목에 난 큰 상처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망한 김씨는 지난 1995년부터 20년간 어린이대공원에서 근무를 했으며 이 중 5년가량을 맹수사에서 근무했다. 부인과 슬하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어린이 대공원 측은 유족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최대한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를 지원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13일 안찬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이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2층 회의실에서 사자 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