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완구 여론조사’ 깜짝 제안…‘총선 주도권’ 확보 위한 장기 포석, 왜?
2015-02-13 15:26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준에 대한 ‘여론조사 제안’을 깜짝 승부수로 던졌다. 여야가 국회 본회의 연기(오는 16일)에 합의한 지 단 하루만이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과 관련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여론조사를 해보자”며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이어 문 대표는 “국민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국무총리를 원한다”며 “이 후보자는 종전 후보자보다 결격 사유가 더 많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과 대통령에게 누를 덜 끼치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문 대표가 취임 초반 ‘여론조사 승부수’를 던진 것은 자신의 첫 번째 정치적 시험대인 ‘이완구 총리 인준’ 과정에서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이후 당과 자신의 대권주자 지지도가 동반 상승하자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궁지로 모는 ‘벼랑 끝 승부’를 펼친 셈이다.
특히 청와대의 이 후보자 지명이 선거의 캐스팅보트인 ‘충청권 민심’ 확보를 위한 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의 승부가 2016년 4·11 총선을 겨냥한 장기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심 업은 문재인, 연일 강한 드라이브
실제 1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 대표는 25%로 박원순 서울시장(11%)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11%,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를 각각 기록했다.
이어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5%),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3%), 홍준표 경남도지사(3%), 안희정 충남도지사(3%) 순이었고, 27%는 의견을 유보했다.
지역별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표는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13%)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서울(23%)과 경기·인천(29%)뿐 아니라 광주·전라(29%), 부산·경남·울산(30%) 등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대구·경북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7%로 1위를 차지했다.
호남총리 발언으로 후폭풍이 일고 있는 충청권(대전·세종·충청)에서도 문 대표는 17%로 박 시장(10%)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9%)·이완구 후보자(9%) 등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충청권에서 1위를 기록한 문 대표조차 지지도 20%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과 충청권의 ‘의견유보층’(35%)이 다른 지역보다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의견유보층이 가장 낮은 지역은 부산·울산·경남으로 26%였고 △경기·인천(22%) △광주·전라(27%) △서울(28%) △대구·경북(32%) 순이었다.
◆여론조사 제안한 문재인 승부수, ‘호남’에 대한 러브콜
‘김무성 대 문재인’ 양자 구도를 가상한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표가 51%로 31%에 그친 김 대표를 20% 포인트 차로 제쳤다. 충청권(대전·세종·충청) 역시 김 대표(38%)보다는 문 대표(44%)를 더 많이 지지했다.
3김(三金) 시절부터 부산·경남과 호남이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향한 절대적 지지를 보낸 것과는 달리, 충청권은 JP에게 절대적 충성을 보내지 않았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권이 ‘캐스팅보트’로 불린 까닭도 이 같은 지역적 특색과 선거 직전까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충청 민심의 성향이 맞물린 결과다. 문 대표의 강경 노선이 이 후보자의 낙마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문 후보의 정치적 상처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선 과반(52%)이 문 대표를 지지한 반면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21%만이 김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이완구 인준’을 국회 폭거로 규정한 새정치연합이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를 막아내지 못할 경우 지지층 이탈만 초래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여론조사 승부수로 ‘이완구 인준’에 대한 책임을 정부여당에 떠넘기는 것이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낫다는 얘기다.
이 경우 호남 총리 발언으로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던 문 대표는 ‘이완구 인준’ 여부와 상관없이 재차 국민통합을 고리로 호남 총리론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 동시에 박 대통령의 대통합과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면에 부각, 정국을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로 만들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16일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다수 여당과의 표 대결에서 패할 가능성이 크고, 불참한다면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문 대표가 호남 총리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청와대 인사시스템 부재 △허언에 그친 박 대통령의 국민 대통합 등을 공격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이후 문 대표의 지지율이 박 시장을 제친 상황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통해 충청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를 사전 견제한다는 포석이 담긴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청권에서 부는 역풍보다는 호남이 통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였다. 이는 지난주 대비 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부정평가 비율은 지난주와 동일한 62%였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 격차는 32% 포인트였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4%, 모름·응답거절 4%).
이번 조사는 지난 10~12일 사흘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임의걸기)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한 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을 통해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 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7%(총통화 6031명 중 1010명 응답 완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