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선고공판 오늘 오후 3시…'사법처리 수위에 관심 집중'

2015-02-12 11:03
사건 책임 직원들 탓하는 조현아…박창진 "살인적인 스케줄 소화" 증인 진술 등 사법처리 영향 줄 듯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이날 오후 3시 법원청사 303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1)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2일 열린다. 사건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항로'의 범위와 법정에서 나온 핵심 증인의 진술을 재판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성우)는 이날 오후 3시 법원청사 303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 방법을 문제 삼으며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 박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여 상무와 함께 이후 진행된 국토부 조사 전 과정에 걸쳐 개입하고 조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혐의가 인정될지 여부에 따라 조 전 부사장의 사법처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2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항로'는 항공기의 문이 닫힐 때부터 열리기 전까지 항공기가 운항하는 과정에서의 모든 경로를 지칭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실제 항공 사고의 70% 이상이 항공기의 이착륙 과정에서 발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행중의 항공로 변경과 활주로 주기장과 유도로 상에서 이동경로의 변경을 구별할 이유가 없다"며 "이 사건은 항공기가 당초 항로에서 벗어나 원래 출발점(탑승구)으로 되돌아 간 것이므로 변경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당장 세워'라고 말한 것은 이동 중인 걸 알았다는 것"이라며 "항공기가 움직이는 걸 몰랐다는 건 궁색한 변명"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사건당시 뉴욕JFK 공항에서 후진하는 여객기의 모습이 담긴 CCTV를 공개하며 "엔진시동도 걸지 않은 상태에서 토잉카(견인차)에 의해 17m를 이동했다 돌아왔다"며 "통상적으로 항로는 활주로에서 이륙해 200m까지 날아 오른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항공보안법에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 '운항' 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하게 해 정상운항을 방해한 자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해당 혐의가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건의 책임을 직원들 탓으로 돌리는 듯 발언하고 박창진 사무장이 업무 복귀 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선고 공판을 앞두고 악화된 여론도 재판에 영향을 줄지 관심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의 발단은 사무장이 매뉴얼을 찾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의 저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회항은 사무장이 최종 판단한 것으로 항공기 회항에 대한 책임이 자신이 아닌 기장 등에게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은 적이 없고 업무복귀 후에도 부당한 스케줄을 배정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저에게 사과를 했다고 보도했지만 저는 사과를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창진 사무장은 "봉건시대 노예처럼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했을 뿐이다. 한 개인의 일 할 권리와 자존감을 치욕스럽게 짓밟았다"고 덧붙였다.

박창진 사무장은 사건 직후 사측의 내부 따돌림이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박창진 사무장은 "회사가 (나를) '관심사병'으로 분류하려고 했다"며 "언론 취재로부터 보호 조치가 전혀 없었고 업무 복귀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 박창진 사무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을 밀치고 폭언했다"며 "(저도)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맞은 적이 있다. 기내 폭언은 인권유린 행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해 "피고인은 폭행 및 위력의 행사를 늦게나마 잘못을 인정했지만 오히려 매뉴얼 등 문제의 책임을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에게 책임을 요구했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