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민 “아내 같은 오달수…환상 호흡은 ‘조선명탐정’에서만”

2015-02-09 17:08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천재와 '허당'을 넘나드는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명민이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배우 김명민(42)과 오달수(46)는 각각 1996년 SBS 공채 탤런트,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로 데뷔했다. 연기에 있어 말이 필요없는 두 배우인 만큼 일찌감치 만났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연기자 길에 들어선 지 벌써 19년, 25년이 됐지만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작품은 딱 한 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감독 김석윤·제작 청년필름)이 전부다. 그리고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역시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감독 제작 상동)에서다.

영화 개봉 전부터 오달수에 대해 ‘4년 전에 집 나간 아내를 만난 기분’이라는 표현으로 애정을 드러낸 김명민. 그의 진심을 듣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났다.

“제 필모그래피에서 저를 가장 편하게 대해 주고, 모든 것을 받아 주는 배우를 꼽으라면 (오)달수 형이죠. 달수 형을 보면 그렇게 편해지고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아요. 한 마디로 말해 사랑스러워요. 작품 속에서 품에 안는 장면을 보면 제 품에 아주 쏙 들어오거든요. 또 그렇게 안겨요(웃음). 내면에는 마초적인 감성이 있죠. 상남자면서도 아주 섬세해요. 사실 다른 작품에서도 한번쯤은 만나 보고 싶은 배우죠. 그리고 절대로 (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으로) 소모되지 않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천재와 '허당'을 넘나드는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명민이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래도 김명민은, 오달수와 ‘김민과 서필’의 관계로 남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서 특히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감독님도 ‘다른 작품에서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케미는 우리 것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주변에서 인정하는 커플(?)임을 주장했다.

전편으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속편에서도 오달수와 찰떡호흡을 자랑한 김명민은 관객들이 1편과 이어지는 느낌을 받도록 노력했다. 1편에 비해 간결해진 드라마, 분명해진 캐릭터, 김명민은 출연 결정과 함께 김석윤 감독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편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수정, 보완해 코믹영화 ‘조선명탐정’이 갖고 있는 본질에 다가가려고 애썼다.

“1탄에서 있었던 흥행 요소는 (다른 코믹영화들과 다른) 차별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차별성을 놓치면 안 된다고도 생각했죠. 제가 연기한 캐릭터지만 잊고 지나갔던 부분을 다시 생각했어요. 톤, 뉘앙스 등 드라마가 1편에 비해 감정의 골을 강하게 건드리고 있기 때문에 감정의 안배가 중요했죠. 1탄을 계속 돌려보며 상기시켰고, 되짚었어요.”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천재와 '허당'을 넘나드는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명민이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그의 말처럼 1편에서는 명탐정과 개장수 서필 사이의 관계에서 오는 코믹함이 중점이었다면 이번에는 명탐정 김민이 직접 나서 관객의 배꼽을 훔친다.

김명민과 오달수가 번갈아가며 웃음보를 자극하지만 그 안에 애드리브는 하나도 없다. 혹시라도 감독이 고민하고 있다면 아이디어를 내는 정도였을 뿐 감독과 상대배우가 모르는 애드리브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철저하게 계획된 시계의 톱니바퀴같은 웃음 코드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김명민은 김석윤 감독을 인정했다.

“감독님은 욕심을 내는 듯하면서도 적절한 수위를 지켰어요. 한 번 더 촬영할 수 있는 것도 단칼에 ‘오케이’를 외쳤죠. 더 대단했던 건 2편에서는 좋지 않은 부분을 다 쳐냈다는 거예요. 시나리오가 하나의 정점을 향해 쭉 몰아가는 모습이 대단하죠. 특히나 ‘조선명탐정’의 특징인 유치찬란함, 다른 영화와 분명한 차별화, 전조 없는 슬랩스틱, 아무래도 3탄은 더 대단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천재와 '허당'을 넘나드는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김명민이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평소 묵직한 역할을 많이 해 온 김명민은 ‘조선명탐정’ 현장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어떤 작품이든 준비과정에 자신을 혹독하게 내몰고 극한의 상황까지 가는 그로서는 “코믹물이라 에너지 소모가 덜하다”면서 “주인공이 환자(하지원과 주연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은 루게릭 환자를 연기했다)면 보는 사람도 힘들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후유증이 심했다는 게 김명민의 속내다. 유쾌한 영화는 또 그만큼 후유증이 덜한데 이 역시 김명민이 즐거운 캐릭터에 빠져들기 때문. 심히 몰두하는 만큼 김명민은 비슷한 직업군의 배역을 고사한다. 최소한 바로 다음 작품에서 전작과 동일한 직업을 맡지 않는다.

“‘명탐정’도 그런 의미에서 ‘명탐정’ 시리즈에만 출연할 계획”이라며 “비슷한 역할을 계속 연기한다는 건 배우로서 소모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원하는 작업(연기)은 새롭게 공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스스로도 새로운 직업군에 희열을 느낀다”고 선명한 연기관을 피력했다.

캐릭터를 사랑하다 보면 배역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사랑하면 같이 사랑하고, 촬영이 끝나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허전함을 느낀다는 김명민. ‘조선명탐정’에 대한 애정도 대단했다.

“3탄 이야기는 항상 하죠. 이런 장르가 그동안 없었는데, 또 특정 인물을 내세운 시리즈물의 성공이 힘든데 3, 4, 5편까지 간다면 한국 영화계에 획을 긋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요? 설날이면 꼭 봐야할 것 같은 기대감까지 생긴다면 더 좋고요. 그래도 4년은 너무 길었어요. 배우들이 좀 더 팔팔할 때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명민은 언제나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출연 1순위에 놓겠다고 공언했다. 10탄까지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음에 영화와 캐릭터를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충암고등학교 연극부로 활동하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서 수학한 김명민은 지난 1996년 태영그룹 계열의 민영방송사 서울방송(현 SBS)을 통해 공채 탤런트 6기로 데뷔했다. 1998년 큰 인기를 끈 ‘순풍산부인과’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연기 인생 초반, 김명민의 ‘연기자로서의 길’은 순탄치 못했다. ‘순풍산부인과’ 전에는 엑스트라와 단역을 전전했으며 1999년 영화 주연배우로 발탁됐으나 제작 도중 주인공이 바뀌는 일도 있었다. 2001년 공포영화 ‘소름’(감독 윤종찬)에 고(故) 장진영과 함께 출연해 광기어린 살인마 연기를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출연 영화들이 완성 직전 제작이 무산되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배우로서 슬럼프에 빠졌다.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뉴질랜드로 이민 갈 생각까지 했던 김명민은 2004년 KBS1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불멸의 이순신’으로 KBS 연기대상 대상을 차지한 그는 ‘불량가족’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 등 출연작마다 전형적이지 않은, 차별화된 연기력을 뽐내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강마에(강건우)로 출연한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을 훈련시키면서 내뱉은 “똥덩어리” 등의 독설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대사는 개그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배역과 달리 겸손함까지 갖춰 이때 ‘명민좌’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특히 영화 ‘내 사랑 내 곁에’(감독 박진표)에서는 루게릭병에 걸린 백종우 역을 맡아 20㎏을 감량하는 등 연기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로 제46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남자인기상, 제3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