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비긴 어게인(BEGIN AGAIN)’ 대한항공

2015-02-08 15:01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땅콩회항 사건 뒷이야기 좀 해주세요.”

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기내 서비스 도중 이 같은 승객들의 질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한다. ‘땅콩회항’은 대외적으로 회사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승무원들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대한항공의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사건의 2차 피해자가 되는 모습이다.

사건 이후 밤낮없이 수습에 매달려야했던 한 대한항공 홍보담당 직원은 “아빠, 괜찮아?”라고 묻는 딸아이의 질문에 울컥했다고 한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사건 이후 두 달 가까이 계속되는 논란과 재판에 제시간에 퇴근할 수 없었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하는 주말도 회사 일에 매달려야 했다.

다수의 대한항공 직원들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모습이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도중에 사직하는 직원도 있었다. KAL기 폭파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겪었던 임원들도 이번 ‘땅콩회항’ 사건은 창사 이래 최고의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대한항공을 설명하는 수식어로 ‘업계 1위’‘글로벌 항공사’대신 ‘땅콩회항’이 주홍글씨처럼 박힌 것이 직원들의 애사심을 아프게 한 상처로 남았다.

그러나 희망은 절망속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다만 대한항공이 ‘땅콩회항’ 사건이 운이 없어서 벌어진 일, 단순히 오너 3세의 일탈로 불거진 일이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조치들이 누적돼 일어난 결과물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항공이 ‘땅콩회항’이라는 주홍글씨를 벗는 데는 경직된 사내문화 개선과 함께 승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공법뿐이다.

대한항공 서소문 빌딩에는 ‘BEGIN AGAIN(비긴 어게인)'이라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여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제시한 표어로 질타를 받았던 조직문화부터 새롭게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해 글로벌 항공사로 비상하자는 뜻을 담았다. 지난해 흥행했던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이 소음까지 음악이 될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한항공도 ’땅콩회항‘이라는 소음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창립이념을 재정비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