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캐피탈 이어 보험사까지…국내 진출 속도내는 중·일 자본

2015-02-05 16:19
국내 금융회사 자본 여력 부족…'제2의 론스타' 우려도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중국과 일본의 국내 금융시장 침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자본은 국내 대부업계와 저축은행, 캐피탈업계에 이어 보험업계까지 손을 뻗으면서 국내 서민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전에도 중국자본이 뛰어드는 등 1·2금융권을 막론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중국 및 일본자본의 기세가 맹렬하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안방보험은 최근 동양생명 지분 57.5%(6191만주)를 인수하기 위해 보고펀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고펀드는 안방보험과 주당 1만9000원 수준의 매각가격을 놓고 협의 중이다. 총 매각가격은 1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매각 관련작업은 보고펀드 측에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 등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알 수 없다"며 "다만 국내 금융회사보다는 자본 여력이 있는 중국 보험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덩샤오핑의 외손녀 사위인 우샤오후이 회장이 2004년 설립한 그룹으로, 지난해 우리은행 매각 본입찰에도 참여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지만 안방보험은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론스타 사건 등으로 인해 외국계 자본의 '먹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며 "하지만 이미 일본 및 중국계 자본이 국내 제2금융권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큰 변수가 없는 한 인수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중국과 일본자본이 상당부분 잠식한 상태이다. J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 인수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J트러스트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제치고 아주캐피탈 인수대상자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계열사인 아주저축은행 인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업계 점유율 1위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가 인수했다. 자산규모는 3조8000억원에 달한다. J트러스트도 미래저축은행과 SC저축은행을 인수했으며, 일본 오릭스그룹은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사들였다.

일본계 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은 올 들어 보다 공격적인 양상을 띄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씨티캐피탈 인수전은 아프로서비스그룹, J트러스트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두 곳 모두 일본계 금융회사다. 오릭스그룹은 현대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아울러 KT캐피탈 인수전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JC플라워와 중국 부동산그룹 신화롄 등이 참여했다. 일본과 중국계 자본이 이미 시중은행을 제외한 모든 서민금융시장에 손을 뻗친 것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조정연구실장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듯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포화된 자국 시장을 넘어 한국을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보험의 경우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발달된 산업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수익률보다는 보험시장 선진화를 위해 동양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경제상황상 금융회사를 인수할 만한 국내 자본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중·일 자본의 국내 진입 가속화에 한 몫하고 있다. 윤 실장은 "저성장 기조로 국내 금융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국내 금융회사가 인수를 위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자칫 모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