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야 산다' 환산주가 공개로 액면분할 유도
2015-02-04 16:38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한국거래소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환산주가를 처음 공개하고, 초고가주에 대한 액면분할 유도에 나섰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주 가운데 액면가 5000원 이상인 종목이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소액으로도 쉽게 거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환산주가는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것으로, 액면가 500원에 현재가가 5000원이라면 5만원으로 표시한다.
이런 상장사 33곳 가운데에서도 액면가 500원인 기업이 2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원 기업이 5개사, 100원 기업은 1개사였다.
환산주가 기준으로 주가가 가장 높은 기업은 네이버(액면가 500원)다.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액면가 5000원인 곳은 아모레퍼시픽(6위)이 유일했다.
환산주가로 상위 50위에 드는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에 달했고, 거래량 비중은 2%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액면가 5000원짜리만 보면 시총 비중이 22.3%로 가장 높았지만,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몫은 0.1% 남짓밖에 안 됐다.
액면분할은 기업이 주식을 발행할 때 정하는 액면가를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액면분할을을 실시해도 시총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주당 가격을 낮추면서 거래 가능한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유동성을 제고하고, 거래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 액면분할을 실시하지 않은 초고가 우량주가 타깃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월 주요 상장사 공시책임자를 만나 "기업가치 제고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액면분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판 다우지수를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액면분할이 실제 기업가지 제고로 이어진 사례도 찾기 어렵지 않다. 액면가를 100원으로 분할해 기업공개(IPO)에 나선 제일모직 주가는 2014년 12월 상장 이후 현재까지 공모가(5만3000원)보다 약 160% 뛴 13만7500원으로 올랐다. 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제일모직(0.21%)은 환산주가 상위 50곳 가운데 제일기획(0.34%)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0.07%)보다 훨씬 앞서는 수치다.
결국 문제는 삼성전자라는 얘기다. 유가증권시장 시총에서 약 16%를 차지하고 있는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거래소에서 바라는 증시 활성화는 힘을 얻기 어렵다.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최근 액면분할에 대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지 의문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김원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액면분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시작으로 액면분할에 나서는 상장사가 꽤 있을 것"이라며 "이미 시기를 놓고 조율하고 있는 회사도 10곳은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