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 점검] 그리스, 국채 교환 방식 들고 나와 '채무 흥정'

2015-02-04 14:21

[사진=EU 홈페이지 ]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그리스 치프라스 정권이 유럽연합(EU)과의 구제금융 지원 교섭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전망이다. 그리스는 채무교환 등을 골자로 한 독자적인 제안을 준비하고 채무탕감에 부정적인 EU 회원국들의 양보를 이끌어낼 전략이다. 그리스가 교섭에 응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3일(이하 현지시간) 유럽 채권시장에서 그리스 장기 국채 금리가 11%에서 9%대로 떨어졌다.

지난주 새 정권을 발족시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EU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의 이른바 트로이카 채권단과 교섭하지 않을 것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2월 말에 구제금융 연장 기한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긴장이 고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새로운 안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바루파키스 장관이 기존 채무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에 연동시킨 국채와 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2일 보도했다. 또 FT는 ECB가 보유하는 그리스 국채를 상환기한이 없는 ‘영구 국채’와 교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루파키스 장관이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았지만 기존 국채와 교환할 신규 GDP 연동 국채의 표면금리를 기존 국채보다 낮추고 만기도 더 길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GDP 증가율과 연동시킨 국채 교환 방식이 실현될 경우 그리스는 긴축재정을 종료시키고 성장에 중점을 둔 정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고 4일 분석했다. 그리스는 2014년 7년 만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플러스로 전환된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긴축재정의 시행으로 물가하락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영구 국채’ 발행은 채무 원금의 상환을 동결시키고 유로화를 기준으로 채무를 떠안게 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으로부터 이탈하는 그렉시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분석했다.

과거에도 GDP 연동 국채 교환과 영구 국채 교환으로 위기를 모면한 사례가 있다. 영국은 18세기 거품경제 붕괴 후 닥친 경제위기에서 전쟁비용이 급증한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구 국채’를 발행했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경제 위기에서 디폴드(채무불이행)에 따른 채무 상환 방식으로 GDP 연동 국채 교환을 실시한 바 있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지난 2일부터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를 차례로 방문해 관계 장관과 협의해 왔으며 향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와 협의할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도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구제금융에 대한 협의를 이어간다.

EU 회원국은 채무상환 기한의 연장과 금리 부담 삭감을 통한 교섭의 여지는 있다고 보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경제를 부양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다른 회원국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