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이후 번호이동 2배 껑충... 'LG유플만 방긋'

2015-02-03 15:47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이동통신시장의 번호이동자 수가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침체됐던 시장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1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는 총 74만7268명(알뜰폰 포함·자사 번호이동 미포함)으로 전월보다 10.23% 증가했다. 특히 단통법이 시행으로 급격히 줄었던 10월(3만6935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통법 시행 후 지원금과 소비자 구매력이 저조했으나 최근에는 억눌렸던 수요가 정상화되고 있다"며 "출시 15개월이 지난 단말기에 대한 이통 3사의 지원금 경쟁도 번호이동자 수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이통 3사는 연초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상향했고 지난달 말에는 애플의 아이폰5S에 대한 지원금을 크게 올려 무료 구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사업자별로 이통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만 단통법 이후 유일하게 가입자 순증을 보였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SK텔레콤과 KT에서 각각 10만3941명, 6만2635명의 고객이 넘어오면서 총 2860명이 순증해 3개월째 번호이동자 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통법 이후로는 총 5만여 명이 증가했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달 각각 29만8842명, 25만1435명의 고객을 경쟁사와 알뜰폰 사업자에게 뺏기면서 각각 2만9387명, 3만8046명 순감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이폰을 처음 취급하는 LG유플러스가 업계 최초로 중고폰 선보상제 프로그램인 '제로클럽'을 실시하면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전체 아이폰6 판매량 가운데 LG유플러스는 36.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용자 보호 문제 등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서자 이에 선제적 대응으로 SK텔레콤과 KT는 중고폰 선보상제도인 '프리클럽'과 '스펀지 제로플랜'을 지난달 종료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 덕에 짭짤한 재미를 보면서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자간 형평성 논란으로 정부 당국의 과징금 처분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후발사업자인 데다 통신시장에서 경쟁사와 차별성 또한 떨어지다 보니 가입자를 뺏어와야하는 3위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알뜰폰(MVNO) 시장에서는 이통 3사의 고객을 모두 빼앗아 가면서 6만4573명의 번호이동자 수 순증을 보였다.

특히 최근 LG유플러스와 손잡은 이마트가 선방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고객유치 건수 5729건을 기록, 알뜰폰 업계 5위로 올라서 CJ그룹 계열인 CJ헬로비전(2만3335건)과 이통 3사 자회사인 SK텔링크(2만5042건)·미디어로그(1만3658건)·KT IS(7613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SK텔레콤 망을 빌려 이마트는 그간 3G 단말기만 취급했으나 올해 1월부터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를 팔기 시작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알뜰폰 가입자는 8% 수준이나 OECD 국가들의 알뜰폰 가입자는 평균 10~15% 수준"이라며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을 통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