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겉으론 ‘당·청 공동운명체’…속으론 ‘당 주도’ 국정운영

2015-02-03 17:31
교섭단체 대표연설…靑 정례회동 재언급, 박근혜 정부에 쓴소리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겉으론 ‘당·청은 하나'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당·정·청 관계의 주도권을 당이 거머쥐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전날 유승민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원내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사실상 비박(非朴·비박근혜) '투톱' 체제로 상징되는 당 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당정청 관계와 정책 기조를 당 주도로 바꾸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문에서 당청 관계에서 '국정운영의 파트너십 구축'을 강조했지만, 예전과 달리 박근혜 정부에 대한 쓴소리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비박'계 여당 지도부가 향후 청와대를 향해 본격적인 제 목소리 내는 분수령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현 상황을 "대한민국의 총체적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위기 극복을 위한 총체적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로 "국가위기를 돌파하는데 절실히 필요한 정부와 정치권 등의 리더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비선실세 문건 유출, 연말정산 논란 등 일련의 국정혼선을 상기시킨뒤 "정부와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이 약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청와대, 정부, 국회 등 국정운영의 파트너들이 막중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청이 협력해 국정운영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자는 뜻인 동시에 그 만큼 국정 운영에 대한 당의 지분을 요구한 것으로, 향후 당·청관계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의 정례회동을 제대로 하자는 요구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고위 당정청 회의에 대해서도 "지난 2년 동안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증세없는 복지' 기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반대하며 가감없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고,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국민의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세출 구조조정 문제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또 국가재정건전성을 거듭 강조하며 현 정부 최경환 경제팀의 재정확장 노선에도 제동을 걸었다.

또한 당 출신인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과 조만간 단행될 후속 개각 등을 염두에 두고 기존 내각의 운영 행태를 비판하며 책임과 소신에 바탕을 둔 국정운영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내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에 따라 소신있게 정책집행과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그동안 청와대가 부처 실국장 인사까지 일일이 챙기는 등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행태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무총리는 책임총리답게 거중조정 능력을 발휘해야 하고 장관들도 소신과 강단으로 무장하고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강보험료 개편안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좋은 취지에서 마련됐지만 부처에서 일방적 연기를 발표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며 "정책에 대한 치열함과 세심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측은 당정청 관계 정상화를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일 뿐, 비박계로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의도가 아니며, 국정의 공동운명체로서 스스로 먼저 잘못했다는 반성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대표는 당·청 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개헌 문제에 대해선 이날 연설문에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