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리 있는 사랑' 속 그 남자… 속이 꽉 찬 배우 김기무

2015-02-04 11:00

배우 김기무가 서울 청계천 인근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배우 김기무(38)는 속이 꽉 찬 파인애플 열매같다. 강한 인상에서 풍기는 까칠한 첫 느낌과는 다르게 다정다감한 성격, 예의와 매너는 덤이다. 뻣뻣한 잎사귀로 온 몸을 감싸고 있어 그 안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새콤달콤한 반전의 맛을 예상조차 할 수 없는 파인애플과 김기무의 매력은 얼추 비슷하다.

열의와 정의는 호두 같다. 망치로 두드려 깨부시기 전에는 쉽게 깨지지 않는 호두 껍데기와 같은 김기무의 열정, 연기에 대한 욕심과 포부 역시 쉬이 부서지지 않을 태세다. 거칠지만 푸근하고, 단단하지만 강단있는 배우 김기무를 직접 만났다.

김기무가 궁금하다면 종영한 tvN 드라마 '일리있는 사랑'을 다시 찾아보길 바란다. 장희태(엄태웅)와 대학 시절부터 죽이 잘 맞는 친구 황정구는 넉살 좋고 유쾌한 사람이다. 아내의 불륜을 이해해보려 애쓰는 장희태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친구 황정구라는 캐릭터를 입은 김기무는 지난 몇 달 간 황정구에 오롯이 녹아 들었다. '그냥' 황정구였다.

단역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보이는 배우가 있고, 조연이지만 주연보다 더 빛나는 주연이 있다. 주인공 엄태웅 옆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김기무는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묵직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목소리와 깊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눈빛, 김기무는 가장 어렵다는 연기(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담아야하는 연기)를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

이런데도 김기무가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터. 연기 '잘'하는 배우, 사람 냄새 나는 배우 김기무를 들여다보자.
 

배우 김기무가 서울 청계천 인근 카페에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다음은 1문1답.

- 달달한 신혼생활 중이시죠?
= 와이프하고 노느라 바빠요. 보통 술을 마시는데 그러면서 살이 많이 쪘죠. 다른 사람들은 와이프랑 술 마시면 먹은 것 같지도 않다고 하는데 저희는 아침까지 마실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앞으로의 우리를 계획하죠.

- 2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 와이프는 조금 빨리 낫자고 하는데 저는 1년 정도만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워낙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 한 번 더 다녀온 후 내 아이를 만나고 싶어요. 하하.

- 여행을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 음.. 태국을 가장 좋아해요. 봉인해제라고 할까요? 저를 내려놓기가 가장 쉬운 나라거든요. 신발을 안 신고 다녀도 좋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맥주를 마셔도 좋거든요. 신혼여행도 태국의 따오라는 섬으로 갔어요.

-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요.
= 사실 장인어른도 배우에요. 처음에는 반대 하셨죠. 사귀면서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처음 뵀을 때도 표정이 안 좋으셨죠. 그런데 '어디 가서 거짓말은 안 할 놈'이라고 생각하셨나봐요. 쉽게 허락 받았어요. 하하. 지금은 여행도 같이 다닐 정도로 가까워졌어요.

= 아, 아내와의 러브스토리요. 프로포즈도 좀 그랬어요. 하하. 3년 전에 '나 너랑 결혼은 하고 싶은데 뮤지컬은 그만두고 싶다'고 했죠. 막무가내였어요. 대신 연극으로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고 싶다고 했더니 저를 다르게 봤나봐요. 무조건 믿어달라는 말 밖에 못했어요.

- 그럼 연기 이야기를 해볼까요. 야구선수 출신이시던데.
= 네. 초등학교 2학년때 시작해서 대학도 운동으로 졸업했죠. 프로야구 팀에서 2년 정도 선수생활했었어요. 26살 때까지요.

- 그렇게 반평생(?)을 함께 해온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음. 운동이 너무 싫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그냥 하고 있으니까 하는 거였죠. 너무 일찍 운동을 해서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고3때 당연히 야구로 대학을 가야 하는 게 싫어서 반항도 많이 했었죠. 억지로 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평생 직업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 아버지가 영화 배급사에서 일을 하셔서 집에 비디오 테이프가 많았어요. 그걸 보는 게 낙이었죠. 그래서 그랬는지 이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를 시작했죠.

- 그렇게 이 바닥(?)에 입문하신거군요?
= 네. 하하. 군대에서 만난 친구가 큰 도움이 됐어요. 연출을 전공하는 친구였는데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배우 성향이 강하다고요. 오히려 연기를 먼저 하고 나중에 연출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조언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아, 그런 방법도 있구나.'

-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 선생님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이순재 선생님이요. 하하. 인생을 배웠던 것 같아요. 이순재 선생님께서 늘 그러셨어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으면 된다'고요. 연기를 다시 봐달라고 하면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다그치셨죠. 연기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그 때 배웠어요.

- 연기 해보니까 어떠세요?
= 천직이에요. 어려서부터 금방 실증내는 성격이었는데, 10년 째 연기를 하고 있어요. 10년 째 하루도 지겨운 날이 없었어요. 지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장학금 받으려고 진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실증을 느낄 틈조차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