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Talk] 고장난 백남준 '다다익선' "베트남서 중고모니터 공수해 교체"

2015-01-26 16:22
1003대중 300대 먹통 국립현대미술관 "8월 15일까지 수리하겠다"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이 1988년에 제작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설치된 백남준 '다다익선'이 모니터가 고장나 검은 구멍처럼 보인다.]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지난해부터 세계미술시장에서 비디오아트작가 백남준(1932~2006)이 재조명이 되면서 국립현대미술관 '다다익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화려한 영상은 '검은 구멍'에 가려 빛이 바랬기 때문. 1988년 설치이후 28년이 지난 현재,1003대중 300여대가 고장났다. '세계적인 비디오작가'라는 명성은 국내에선 '이빨빠진 호랑이'꼴이다. 국보급 명물은 덩치큰 고물로 전락할 위기다.

 세월탓일까. 관리부실탓일까.

 고장난 모니터 방치로 논란이 일자 국립현대미술관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오는 8월 15일까지 <다다익선>에 대한 모든 보존 수복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8월15일까지 모니터 교체=윤남순 관장 직무대리는 "모니터의 노후화 및 제품 단종등으로 인하여 모니터가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2005년 단종된 삼성(코닝)모니터는 베트남등 동남아등에서 중고TV라도 공수해서 고장난 모니터를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7월까지 보수를 완료해 8월15일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 1억~2억을 투입한다. 지난 4~5년간 이미 많은양을 확보했다는게 미술관의 설명이다. 큰 모니터보다, 꼭대기층에 있는 작은 모니터를 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백남준과 함께 다다익선을 작업한 '백남준의 숨은 손' 이정성 백남준비디오아트설치전문가는 의아해했다. 그는 "새것으로 고칠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데, 왜 굳이 중고 모니터로 교체하려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또 고장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기왕하는거 오래 앞날을 내다보고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니터를 사서 끼는 것도 아이디어지만 10년이상 끄덕 없는것으로 갈아끼면 좋을텐데, 중고TV로 교체는 괜한 낭비"라고 덧붙였다. "고장난건 고쳐야 가치가 있고, 고칠수 있다"는 이씨는 백남준에게 다다익선 수리보수를 전권 위임받은 '백남준의 숨은 손'으로 유명하다.

2003년~2010년까지 다섯차례 부분 수리=올해 문제가 생긴건 아니었다. 작품주인인 국립현대미술관은 나름 노력을 해왔다. 2003년 모니터를 전면 교체했었고 2008년에는 모니터 분해 청소와 노후된 영상 교체작업을 했다.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부분 수리를 진행했다.

 작가가 사후이기때문에 고장난 채로 그대로 놓아야한다는 입장과, 고장난건 고쳐야된다는 의견으로 진행이 쉽지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 작가가 현대미술을 통해 보여주려 한 혁신정신, 작품에 담긴 한국 현대사와 그 의미 등이 다음 세대에 충실히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하겠다"고 말했다.

백남준 다다익선은 10월3일 개천절 상징 =높이 18.5m, 지름 7.5m. 우리나라 전통 탑모양의 초거대 비디오타워인 다다익선은 1003개의 TV 모니터로 만들어졌다. 10월 3일 개천절을 의미한다.

 1988년 9월, 국립현대미술관 중앙홀에 설치한 당시만 해도 미술관뿐아니라, 다른나라 작품이 부럽지 않았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징물로 자리잡은 '다다익선'은 작가는 물론, 국민과 미술관에 자부심을 갖게한 '착한 작품'이다. 우리나라 전자기술과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이 응집돼있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존재감 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 미술관의 <삼색기>(1982)과 함께 1980년대 백남준 작가의 멀티미디어 설치작업 완결판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 제목 '다다익선'(多多益善)'은 많을수록 좋다는 고사에서 연유된 명칭이지만 많다는 것은 어떤 물건이 많다는 것이 아니다. 수신(受信)의 절대수를 뜻한다. 오늘날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구성원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편, 고장난 모니터도 문제지만 '국보급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다다익선' 명판엔 백남준은 아직도 살아있는 작가처럼 보인다. 작가 소개에 백남준은 '(1932~ )'으로 1988년 표기가 2015년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내년이면 백남준 사후 10주기다. 
 

[작가 백남준(1932~)은 현재까지 살아있는 작가처럼 표기되어 있다. 사진=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