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정 세력에 납치된 일본인 인질 두 명 중 한 명이 살해됐다는 영상 메시지가 공개됐다. IS 추정 세력은 남은 일본인 인질과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를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24일 오후 11시를 넘겨 일본인 인질 유카와 하루나(42)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보면 또 다른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47) 씨가 사진을 들고 서 있다. 여기에 “사진에 유카와 씨가 살해된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하는 영어 음성이 덧붙어 나온다. 고토 씨가 들고 있는 흐릿한 사진에는 주황색 옷을 입은 인물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모습과 주황색 옷 위로 사람의 머리 부위가 보이는 장면이 각각 담겨 있다.

음성 메시지는 “나는 고토 겐지”라며 “납치 세력은 더 이상 돈을 원하지 않고 요르단 정부에 의해 수감된 사지다 알리샤위(45)를 석방하면 내가 풀려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지다 알리샤위는 2005년 11월 60명 이상을 사망하게 한 요르단 암만 테러 사건으로 사형 판결을 받은 이라크 출신 여성 테러리스트다. IS의 전신인 '이라크 알카에다'를 이끌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측근 혹은 친척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상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오전 NHK에 출연해 “신빙성이 높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질인 고토 겐지 씨의 생사에 대해선 “자세히 알 수 없고 여러 정보를 접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하면 남은 인질을 석방할 것’이라는 제안에 대해선 “사태가 진행 중이므로 답을 삼가겠다”며 “인명 최우선의 관점에서 요르단과 긴밀히 연대해 대응하겠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977년 적군파가 항공기를 납치하고 승객을 인질로 잡았을 당시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당시 일본 총리는 “인명은 지구보다 중요하다”며 몸값을 내고 적군파 측 활동가 6명을 풀어줬다.

인도 방문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발표한 ‘유카와 하루나의 죽음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미국은 IS가 유카와 하루나를 잔혹하게 살해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다른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와 함께 다른 인질들도 즉각 석방할 것을 IS에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성명에서 “IS가 유카와 하루나를 살해하고 다른 일본인 인질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은 이들 테러리스트의 잔혹한 행위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라며 “영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깊은 결속을 유지하면서 일본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