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대의 끝자락, 여전히 소년 같은 이민호
2015-01-22 07:00
드라마에서 사랑에 눈먼 재벌 2세부터(SBS ‘상속자들’, KBS2 ‘꽃보다 남자’) 고려 황실 호위 부대장(SBS ‘신의’)까지 현대물과 사극을 오가며 여심을 자극했던 ‘꽃미남’ 이민호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의 유하 감독과 만나 피 비린내 진동하는 누아르를 만들어 냈다.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누아르를 선택한 건 아니에요. 영화를 한다면 스물여덟 즈음에 해야겠다고 항상 생각했었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작품을 만난 것뿐이죠. 20대 후반이라면 스크린에서 보는 제 모습이 억지스러울 것 같지 않았거든요.”
이민호는 넝마주이로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내 몸 하나 뉘일 수 있는 방 한 칸을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강남개발 이권 다툼에 뛰어든 종대를 맡았다. 폭력보다 더 잔인한 거대 권력에 하릴없이 휘둘리며 작은 꿈을 쫒다가 큰 것을 잃고 마는 청춘이다. ‘강남 1970’에 우리가 그간 봐왔던 이민호는 없다. 거지꼴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생라면을 우적대고, 피칠갑을 하고 우산으로 사람을 쑤신다.
음모와 배신으로 뒤덮인 삶, 허락될 수 없는 사랑, 눈을 질끈 감게 하는 액션…어느 하나 표현하기 쉬운 것은 없어 보이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밖이다. 우려했던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단다.
“항상 새로운 것을 즐겨요. 낯선 것들은 언제나 활력을 주죠. 유 감독님과의 작업이 고되다는 소문을 들어 겁먹었는데 저는 금방 ‘O.K’를 받았어요. 시사회 때에는 긴장되긴 하더라고요. 결과물을 관객과 함께 보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그것조차도 새로운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런 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어요. 내 기분에 따라 현장 분위기가 흘러가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의견이 중요시되고…그런 것들이 가끔 부담으로 다가와요. 회식에서 투명인간처럼 있고 싶은 순간이 저에게도 분명 있으니까요. 어어? 심각한 거 아니에요. 아주 가끔, 잠깐 그런 거예요.” 심각한 듯 미간을 찌푸리는 기자의 표정에 이민호는 또 낄낄거렸다.
교복을 입은 작품이 유독 잘돼서일까. 소년의 모습이 선명한데 내년이면 서른이란다. 본인도 놀랍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으으. 서른이 되는 건 정말 싫어요. 소년의 느낌을 좋아하거든요. 스물여섯에서 스물여덟이 참 좋은 나이 같아요. 소년의 느낌도, 남자의 느낌도 다 낼 수 있거든요. 소년 같이 살고 싶은데 ‘나이 먹고 왜 저래’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서른이 되는 게 마냥 반갑지만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