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 마이너스 경영 … 팔면 팔수록 손해인 담배는?

2015-01-21 17:47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전운 기자 = 담배 회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판매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외산 담배들의 1갑당 마진(제조원가 포함)은 가격 인상 전보다 100원 가량 떨어졌고, 일부 제품은 판매할수록 마이너스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담배업체들은 소매점 마진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주요 판매처 관리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제조사 마진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G를 제외한 나머지 담배업체들의 마진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T&G의 경우 1갑당 마진은 최소 32원에서 최대 132원까지 증가했다. 소매점 마진도 100~200원까지 올렸다. 담배값이 2000원씩 인상돼 판매량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제조사와 판매업체 마진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산 담배업체들은 가격인상 전보다 오히려 마진률을 낮췄다. 

KT&G는 국내 담배시장의 60% 가량을 차지하며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점유율 하락은 본사로부터 질책을 받을 수 있는 치명타가 될 수 있어, 마진은 줄어도 판매량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2위인 한국필립모리스는 마진률을 가격 인상 전보다 높였다. 하지만 지난 19일 주요 제품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가격을 200원 낮추면서 1갑당 마진도 줄었다. 가격 인하 전까지는 기존 880원에서 962원으로 높아졌으나, 200원을 낮추면서 마진률도 하락했다. 

말보로와 팔리아멘트가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BAT코리아는 주력 제품인 던힐의 마진을 880원에서 762원까지 낮췄다. 특히 보그는 520원이던 마진이 –68원이 되면서 오히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과거 외산 담배업체들이 주력 제품을 2500원에 판매할 때 던힐을 단독으로 200원 인상했다가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던 경험이 있기에 마진을 줄여서라도 판매량 확대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20%에 육박했던 BAT코리아의 점유율은 가격 인상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현재 10%까지 떨어져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JTI코리아도 메비우스(박스)의 기존 880원 마진을 762원까지 떨어뜨렸다. 특히 카멜은 320원이나 낮췄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JTI코리아는 소매점 마진을 최소 20원에서 170원 가량 높였다.

판매량 증대를 위해 마이너스 경영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소매점 마진을 최대한 높여, 점주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로 인해 담배업체들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담뱃값이 한갑당 2000원 오르면 판매량은 34%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하락이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마진을 오히려 낮춘 기업으로서는 마이너스 경영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에 민감한 외국계 담배기업으로서는 판매량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때문에 갑당 마진이 줄어들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