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논란 불씨]② 담뱃값 올렸어도 판매·흡연율 줄었나? 가격 정책 ‘실효성’ 의문

2021-02-01 08:00
지난해 담배 판매 총 35억9000만갑, 전년 대비 4.1% 증가
“담뱃값 인상보다 국민건강 증진 관련 구체적 정책 마련돼야”

담배 없는 세대를 위한 학교흡연예방사업 정책 포럼[사진=연합뉴스]

담뱃값 인상에도 실제 담배 판매와 흡연율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이 없다는 정부 발표에도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정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도 불구, 지난해 담배 판매량이 전년 보다 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에 붙는 제세부담금도 12조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0년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총 35억9000만갑으로 전년(34억5000만갑)보다 4.1%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담배 판매량을 담뱃값 인상 이전인 2014년(43억6000만갑)과 비교하면 17.7% 감소했다.
 

2014~2020년 담배 판매량 변화 추이[자료=기획재정부]

담배 종류로는 궐련이 32억1000만갑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 궐련은 전년(30억6000만갑)보다 4.8% 늘었지만, 담뱃값 인상 이전인 2014년(43억6000만갑) 보다는 26.4% 줄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3억7900만갑으로 전년(3억6300만갑) 대비 4.5% 늘었다.

지난해 제세부담금도 12조원으로 반출량(36억4000만갑)이 전년(33억6000만갑)보다 8.3% 늘면서 8.7%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담배 판매량이 늘었다는 점은 지속된 경기 침체에 전염병 사태까지 겹치자 팍팍한 삶에 염증을 느낀 서민층의 흡연량이 증가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증세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서민들의 반발이 더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분일 뿐이고, 결국 간접세 인상을 통한 세수 증대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담뱃값 인상 정책이 흡연율 감소로 이어지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지난 2015년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자 19세 이상 성인 남녀 흡연율이 2014년 24.2%에서 2015년 22.6%로 줄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6년에는 다시 23.9%로 올랐다.

담배 가격 인상 효과로 흡연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 가격에 적응, 다시 흡연율이 증가하는 경향이 반복돼 왔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국민 건강 개선 효과보다는 세수를 더 거두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사실상 꼼수 증세 아니냐”고 비판했다.

해외 국가들과 담배 가격을 비교해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추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건 전문가는 “국가가 담배를 운영하는 국영 사례를 보면 대개 저렴한 판매가격을 형성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유럽은 각 업체별로 지속적인 인수합병(M&A)을 거쳐 가격이 형성됐다”며 “단순히 유럽과 비교해서 담뱃값을 올린다는 논리보다 국민건강을 어떻게 증진시키냐는 관점에서 더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