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폭탄] 김무성vs이정현 ‘연말정산 증세 맞다 아니다’ 갈등 표출

2015-01-21 11:50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으로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놓고 공개적인 '증세 논쟁' 벌이며 당내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번 논쟁은 이정현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연말정산이 사실상 증세라는 여론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김무성 대표는 사실상 증세냐 아니냐를 떠나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과 대립각을 세웠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으로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놓고 공개적인 '증세 논쟁' 벌이며 당내 갈등 양상을 보였다.

이번 논쟁은 이정현 최고위원이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연말정산이 사실상 증세라는 여론에 대해 반기를 들면서 시작됐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이 최고위원은 이날 정부가 연말정산 방식을 변경한 내용을 설명하면서 "(연말정산 세금 폭탄 등) 부작용에 대한 최소화 방안을 신경써야 하지만 야당 등이 이 제도 자체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이것이 증세냐 하는 논란이 있는데 그것은 정말 잘못됐다"며 "세목이나 세율을 늘리거나 높이거나 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증세와는 관계가 없다"고 증세론 차단에 힘썼다.

그는 이어 "조정하다 보니 세금이 좀 더 걷혔고 그 걷힌 세금을 어려운 쪽 사람들, 덜 여유 있는 사람들한테 혜택이 가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모두발언을 끝냈음에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세율 관계는 너무나 복잡한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이 최고위원이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김 대표 "(연말정산 방식 변경으로) 결과적으로 정부에서도 93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오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냐 아니냐를 떠나서 세금을 더 내는 국민은 증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자 4선의 중진 심재철 의원 또한 "이제는 보다 솔직하고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 부담이 커졌으므로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는데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갇혀 있다 보니 세 부담이 늘었는데도 증세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이번 연말정산 같은 편법 증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고 자성을 촉구했다.

4선의 정병국 의원도 "현장에 나가면 담뱃세 올린 것이나 연말정산 바꾼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믿지 않는다"며 "결국 '꼼수 증세'라고 국민이 바라보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정 의원은 "이 부분(연말정산 세금 폭탄 논란)에 대해서도 근본적 접근이 없이는 성난 민심을 되돌릴 수 없다"며 "이것을 아전인수 격으로 우리 입장만 설명하려 하지 말고 국민 소리를 듣고 그분들이 왜 성이 나 있는가를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누리당 지도부 사이에서 벌어진 '연말정산 = 증세 논쟁'은 공교롭게도 친박계인 이 최고위원과 비박·친이계인 김 대표·심 의원·정 의원 간에 벌어진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새누리당은 전날 정부가 연말정산 보완책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말정산을 두고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이 가열되면서 비난의 화살을 정부로 돌리는 한편 즉각적인 보완책을 주문하며 이날 오후에도 주호영 정책위의장 주재로 예정에 없던 연말정산 관련 긴급 당정협의를 연다.

때문에 이날 이정현 최고위원의 발언에 김 대표가 즉각 반박하고, 비박·친이계 의원들이 앞다퉈 반대 의견을 보인 것은 최근 미묘한 당청 관계, 당내 계파 갈등이 연말정산 논란으로 표면화된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