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자 증세 정치 쟁점화... 공화당·월가 반발
2015-01-19 13:25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예정된 2015년 연두교서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에서 부유층이 보유하는 주식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각 은행이 부문별하게 채무를 늘리지 않도록 채무 잔고에 따른 수수료를 징수하는 이례적인 방침도 발표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부자 증세를 통해 향후 10년간 3000억달러가 넘는 세수를 추가로 확보해 중산층을 위한 정책에 쓴다는 방침이다. 상속세법 개정, 자본소득세율 인상, 대형 금융업체에 대한 수수료 부과 등을 통해 세금을 더 걷어 중산층의 보육, 교육, 노후 지원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1%대 99%’로 상징되는 역사적 수준의 미국 경제 격차를 시정하는 한편 월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해 ‘진보적 정책’을 한층 더 선명히 할 계획이다.
백악관 설명에 따르면 이번 부자 증세는 외교·안보 등 테러대책과 통상정책 등 경제분야와 함께 이번 연두교서 연설의 큰 기중을 구성한다.
그러나 미 의회 상하 양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야당·공화당이 반발하고 있어 실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기업 오너 등 부유층이 보유 주식을 유산 상속하는 경우 과세를 회피할 구조가 확립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구조를 시정하고 상속이 아닌 투자와 소비로 돈이 흐르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분석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부자증세의 과세 대상이 ‘거의 상위 1%의 부유층에 한정’된다고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월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공화당이 주장하는 금융규제개혁 완화와 철폐에 대항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은행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발표해 이를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와 고용은 회복되고 있으나 주식 등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라틴계 주민과 흑인 등이 격차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격차, 반월가라는 진보색이 선명한 연설을 통해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질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오린 해치 공화당 상원 재무위원장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대가에도 반드시 세금을 인상하려는 진보 성향 측근들에 귀기울이는 것을 중단하고 의회와 협력해 망가진 세법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또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이날 CBS에 출연해 "일부 국민의 삶을 낫게 만들기 위해 다른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며 “성공한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다고 해서 그렇지 못한 자들이 더 성공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월가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발렌타인 미국은행연합회(ABA) 수석 로비스트는 "금융업계가 힘겹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때에 단일 비율로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의회가 관련 법안을 거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댄 파이퍼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미국 CBS방송을 통해 "우리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조금 더 내라고 요구하고 중산층에 더 투자할 것"이라며 "명제는 단순하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