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단속 동행기] 청계광장에서 담배피는 요우커...과태료 부과 가능할까?

2015-01-14 16:43
적발 대상 열명중 여섯명이 요우커... 외국인등록번호 없으면 사실상 부과 불가능
전자담배 금연단속 대상 홍보 부족 해프닝... 적발될 경우 적반하장 폭언도

13일 오후1시 서울시 금연 단속팀 김용남·전숙영 주무관이 서울광장 주변의 금연구역을 주시하며 순찰을 돌고 있다. [사진= 박성준 기자]


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새해부터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금연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과태료 부과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행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최근 서울을 찾는 중국 관광객, 이른바 요우커가 급증하면서 명동 거리와 청계광장 등에서 단속 활동을 벌이는 공무원들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자가 지난 13일 서울시 금연단속반의 취재 협조를 얻어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4기간 동안 동행 취재를 해봤다. 이날 동행취재에 응해준 단속반은 주무관 2인1조로 구성됐고, 단속 대상은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이었다. 

단속반의 첫 단속지인 서울광장에선 단속 대상을 찾기 어려웠다. 단속반 일원인 김모 주무관은 "홍보도 많이 되고 시민의식도 높아져 서울광장 주변에선 흡연자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속반은 오후 3시쯤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겨울철 혹한 때문인지 담배를 입에 문 행인은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쯤 첫 단속대상이 단속반의 앵글에 들어왔다. 전모 주무관은 단속구역에 진입하기 직전 흡연자에게 다가가 금연구역임을 알리고 담배를 끄도록 했다. 하지만 그 흡연자는 단속반의 말을 못알아들었는 지 담배를 계속 물고 어리둥절해 했다. 알고보니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를 인지한 전모 주무관은 주변에 있는 'No Smoking(금연)' 사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그 요우커는 그제서야 담배를 땅에 비벼 껐다.

전모 주무관은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경우엔 과태료 부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금연구역임을 알리고 담배를 끄도록 하는 선에서 계도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연단속 구간에서 흡연을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과태료를 부과해도 출국을 해버리면 단속을 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과태료 부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모 주무관은 "최근 적발 대상 중 60% 가량이 요우커들"이라며 "여행사를 통해 금연단속을 홍보하거나, 현장에서 계도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행취재 중  여러가지 해프닝이 목격됐다. 전자담배 등 모든 담배류가 단속 대상인데 아직 이를 알지 못하는 행인이 많아 혼란도 빚어졌다. 전자담배를 물고 있던 최모씨는 "전자담배가 금연단속 대상인지 몰랐다"고 했다. 단속반은 3월까지는 계도기간이어서 관련 규정을 알리는 선에서 단속을 마무리했다.
 

13일 청계광장을 진입하는 시민이 담배를 물고 있자 김용남 주무관이 접근해 과태료 부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성준 기자]


적발된 경우 오히려 단속반에게 고성을 지르는 등 적반하장격 행인도 있었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적발을 당한 정모(48·남)씨는 "담뱃값도 올랐는데 단속까지 당하니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라며 "무슨 과태료가 10만원이나 하느냐"고 화를 냈다.

단속원은 정씨의 하소연을 들은 뒤 "15일 이내로 과태료를 납부하면 20%가 경감된다"고 설명하고는 과태료 영수증을 끊어줬다. 

동행취재가 끝나갈 즈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청계광장 부근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단속반은 일행 중 2명이 담배를 입에 물고 있어 곧바로 제지에 들어갔다. 중국인 관광객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담뱃불을 급히 껐다.

전 주무관은 이날 업무를 마치며 "간접흡연은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 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단속원들이 이렇게 서 있는것 자체로도 금연 홍보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13일 오후 청계광장 진입로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외국인 관광객이 급히 담뱃불을 끄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