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지배구조 개편? vs 규제 피하기?
2015-01-12 18:33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을 추진한다.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취지라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씨티그룹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2170주)를 대량매매(블록딜)하기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최근 투자자 모집에 착수했다. 정 부회장이 8.59%(322만2170주)를, 정 회장이 4.8%(180만주)를 각각 매각한다.
국내 연기금과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해 실제 지분 거래는 13일 장이 열리기 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가격은 12일 종가(30만원) 대비 7.5~12% 정도 할인된 26만4000원~27만7500원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1%를, 정 부회장은 31.8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은 당초 43.39%에서 29.99%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이를 통해 약 1조5000억원의 현금이 확보된다. 이는 지분교환이 예상되는 현대모비스 시가총액 23조1700억원의 6.73%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매각을 두고 공정거래법 취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과 지난해 관련법과 시행령을 고쳐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상장회사 가운데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 30% 이상인 계열사와의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할 경우 이익제공기업과 수혜기업, 특수관계인까지 처벌토록 했다.
이 같은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율을 낮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분 매각을 통해 그간 고민해왔던 현대글로비스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한시름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조 구조를 띈다. 정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하는데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31.88%를 갖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하거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매각한 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해 왔다.
실제로 지금이 적기이기도 하다.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지난 해 초 21만8000원에서 최근 30만5000원까지 오른 반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차와 함께 10조5500억원에 서울 강남구 한전부지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지배구조 개편 보다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지분 30%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