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의 '삼성동 시대' 누가 함께 하나?
2014-12-28 12:00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고 경영 전반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정의선 부회장이 이끌어 갈 '삼성동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실제로 경영승계의 밑바닥을 다지고 있는 분위기는 '인재 확보'는 물론 '실탄 마련'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에 현대차그룹 통합사옥이 완성됨과 동시에 정 부회장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누가 '정의선의 남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단은 현대차그룹의 자금을 당당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앞서 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수시 인사를 통해 지난 8월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이상국 현대하이스코 경영관리본부장(전무)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데 이어 박봉진, 10월엔 강학서 현대제철 재무본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기아차 역시 이삼웅 사장 후임에 박한우 재경본부장(부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재경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한천수 전무를 지난 26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현대제철 역시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송충식 전무(경영관리실장)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재무 라인을 보강했다. 특히 현대제철에서 부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2년만이다.
현대차그룹이 한층 젊어지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봄직하다. 201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보면 '젊은 현대'를 이끌어갈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 대거 발탁됐다. 특히 올해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의 특징은 부사장과 전무의 승진폭이 지난 해에 비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인사에서 부사장은 지난해 14명에서 17명으로, 전무는 36명에서 44명으로 각각 늘었다. 이밖에 신임 임원인 이사대우 160명 가운데 34명은 연차와 관계 없이 승진했다. 정 부회장의 인재 선택의 폭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운영을 위해 업무성과 및 향후 성장잠재력을 바탕에 뒀다"고 설명했지만 현대차그룹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임원의 폭이 넓어지며 50대의 한층 젊어진(?) 경영진을 구축했다. 이들은 향후 통합사옥 건립과 차세대 성장 엔진 동력을 키우기 위해 정 부회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직접 영입했던 이들도 하나둘 고위급 임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영입한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사업부장(전무)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모니터그룹코리아 대표를 지낸 조 신임 부사장은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지 4년 만에 승진했다. 1964년생으로 이번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17명 가운데 공영운 현대차 홍보실장(전무)과 더불어 가장 젊다.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ㆍ브랜드 역량을 높이는 데 앞장설 인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연구개발 및 품질 부문 승진자 비율이 늘어난 것도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시점인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22개 차종으로 늘리는 한편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와 궤를 같이해 정락 현대·기아차 소형PM센터장과 정승균 현대모비스 연구개발본부장이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이계영 현대제철 기술연구소장도 부사장에 올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연구소를 각각 이끄는 수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연구개발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정기 인사 이후 또한번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시점은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 재선임 여부가 판가름나는 내년 3월께다. 내년 3월이면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부회장단을 비롯해 사장단 등 최고경영진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과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윤갑한 현대차 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모두들 현대차그룹 내에서는 뼈가 굵은 인물들이지만 임기가 만료되기 전 다른 중책이 맡겨질 지 아니면 짐을 싸야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그룹은 최한영 현대차 전 상용차 담당부회장을 비롯해 박승하 전 현대제철 부회장 등 정 회장 최측근들이 줄줄이 물러나며 세대교체를 알리기도 헸다. 또한 정 부회장을 보좌할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이 추가로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는 물론 철강과 건설까지 수직계열화된 그룹 인사 체제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며 "정의선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과 삼성동 시대를 본격화하기 위한 초석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