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탈당, 문재인 대세론 ‘상처’…박지원-이인영 ‘역전’ 발판 마련
2015-01-12 16:28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 선언으로 제1야당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구도가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구악으로 지목된 ‘계파 갈등’이 정 전 고문의 탈당으로 전대 ‘중반전 변수’로 떠오른 데다 막판까지 ‘분열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전이 불가피, 각 후보 진영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정 전 고문의 신당 창당 선언으로 새정치연합 탈당의 물꼬가 트인다면, 당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친노무현)그룹 좌장 문재인 후보는 전대뿐 아니라 대권가도에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文 “대권주자가 총선 지휘” vs 朴 “대권·당권 분리”
차기 당권 주자인 문 후보와 박 후보는 12일 대전시당 회의실에서 열린 합동 간담회에서 당 혁신과 통합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였다.
그는 정 전 고문의 탈당을 의식한 듯 “2011년 ‘혁신과 통합’ 운동을 하면서 정치를 바꾸자는 마음 하나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제가 대표가 돼 친노가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한 뒤 당권·대권 분리론에 대해 “(지난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안고 대선에 나갔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문 후보를 겨냥, “당 대표도 하고 대권 후보도 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특정 계파의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정동영이 탈당한 것처럼 우리 당은 ‘떠나가는 정당’이 되고 말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호남과 구민주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박 후보가 친노 패권주의를 공론화, ‘당심(黨心)’을 잡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486그룹의 맏형인 이인영 후보는 같은 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방문, 빅2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후보는 김동만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어떻게 올려줄 것인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정파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인 이 후보가 노동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자신의 최대 강점인 ‘진보’ 노선의 깃발을 꽂고 선명성을 선점, ‘세대·세력·시대’ 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분열 책임론, ‘친노 결집이냐 분열이냐’ 중대기로
관전 포인트는 친노와 비노 가운데 어느 쪽이 상대 진영 갈라치기에 성공하느냐다.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비노그룹의 공세가 강화될수록 친문(親文·친문재인)은 결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문의 이탈에 따라 전대 판세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친노그룹에 속하지만, 친문이 아닌 △정세균계 등 범친노계 표심 향배 △비노계 결집력△세대교체 파괴력 등이 중반전 판세의 변수인 까닭도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다.
정세균계가 문재인 대세론에서 이탈하고 비노계가 ‘박지원 대안론’을 중심으로 뭉친다면, ‘범친노 분열·비노 결속력 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비노의 결집력을 꾀하기 힘들다는 점과 친노 갈라치기가 ‘자충수’로 전락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비노 집합체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지원을 받은 박주선 의원의 예비경선 탈락은 비노 결집력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당 한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친노그룹이나 민평련 등과 같이 노무현·김근태 정신으로 결성된 계파나 정파가 아닌 경우 표 결집도는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계파 패권주의를 고리로 ‘친노 갈라치기’에 나선 손학규 후보는 22.17%에 그치면서 56.52%를 기록한 문 후보에게 참패했다. 친노 갈라치기가 자충수로 전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이 박지원·이인영 후보에게 ‘문재인 대세론’을 뒤흔들 수 있는 혁신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조언하는 까닭이다.
문 후보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친노 결집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도 문 후보의 목표가 당권이 아닌 대권에 있는 만큼 ‘정동영 탈당’ 사태는 어떤 식으로든 상처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당장의 전대 결과를 떠나서 차기 대권 가도에서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직전 대선 후보(문재인)와 그 이전 대선 후보(정동영)의 갈등 관계로 비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을 찾아간 것처럼, 문 후보도 정 전 고문을 안고 가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