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자회견, 대북 '깜짝 제안' 없어…"北 주저말고 대화에 나와야”
2015-01-12 20:50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깜짝 제안'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남북관계 개선'을 2015년 국정운영의 3대 축 중 하나로 꼽고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면서도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 구상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인 올해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남북정상회담에 전제조건은 없다"면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자세와 비핵화 진전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정상회담을 서두르기보다는 남북이 당국간 회담으로 신뢰를 쌓는 과정과 함께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이 진전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남북정상이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데 대한 대답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북측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조치 해제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접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선(先) 대화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항간에서 제기됐던 선제적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이날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생존해 계신 분들의 연세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이번 설을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이 열린 마음으로 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공동행사를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길 바란다"고도 했다. 또 민간 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크게 강조하지 않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비핵화를 언급한) 지난해 8·15 경축사 때보다는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날 신년회견 내용이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제안이 없었던 데다 그동안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처럼 요구해 온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해서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지만 필요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재확인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은 북한에 넘어갔고 설 이전 이산가족 상봉도 한달여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날 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핵과 남북관계를 직접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핵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2년간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겠다면서도 일본의 과거사 현안에 대한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간) 합의안이 나와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소용없다"며 과거사 문제가 사실상 한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는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정상회담을 해서 의미가 있고, 앞으로 나가는 회담이 돼야한다. 과거를 보면 회담을 해서 기대는 부풀었는데 관계는 후퇴하기도 했는데 그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