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vs 박지원 대안론 vs 이인영 세대교체…관전 포인트는
2015-01-07 18:57
문재인·박지원·이인영, 野 전대 컷오프 통과…‘文 vs 非文’ 대충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文·문재인)의 대세론이냐, 비문(非文·비문재인)의 대역전극이냐.”
60년 정통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구도가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의원 간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새정치연합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총 선거인단 378명 가운데 326명(투표율 86.2%)이 참여해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컷오프(예비경선)를 실시한 결과, 세 후보가 본선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의 지원을 받은 박주선 의원과 ‘비노(非盧·비노무현)’ 대표 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새정치연합은 내달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육관에서 ‘대의원 45%+권리당원 30%+일반국민 및 일반당원 25%(1인1표제)’의 룰로 본경선을 실시한다.
2·8 전대 본경선의 막이 오름에 따라 컷오프 초반부터 양 진영의 갈등 진원지였던 ‘문재인 불가론’을 둘러싼 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범야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와 ‘관리형 대표’, ‘세대교체 주자’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 셈이다.
새정치연합 2·8 전대 컷오프 결과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각 후보별 투표수와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제1야당의 ‘최대 주주’ 문 의원과 ‘호남과 구민주계’의 박지원, ‘486그룹’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인 이 의원이 각각 본선에 진출, △범친노(정세균계 포함) 결집력 △호남 당심 △세대교체론 등이 컷오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세 가지 변수는 2·8 전대 막판까지 판세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 향후 본경선 과정에서도 내부 역학구도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목할 부분은 전대 룰이 어느 후보 본선 경쟁력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느냐다. 일반당권과 일반국민의 표심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심 비율은 당심 대비 4분의 1(25%) 수준이다.
민심에서 우위를 점한 문 의원이 20% 포인트 앞서도 비문 주자가 당심에서 5% 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면, 판세는 안갯속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얘기다. 19대 총선 직전 치러진 1·15 전대에서 80만명 이상의 국민경선인단이 참여한 과거의 경선과는 판이하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당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차기 대권 주자인 문 의원과 킹메이커인 박 의원의 양자 구도에는 변함이 없다. ‘참여정부 대 국민의 정부’, ‘친노 대 비노’의 대결 구도가 한층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인 셈이다.
호남향우회 등 당심의 바닥 표를 훑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펼치는 박 의원과 참여정부 시절 분당 원죄론에 시달리는 문 의원의 호남 끌어안기 경쟁의 결과에 따라 전대 판세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단일화-혁신 경쟁도 변수…분당 원심력 기로
확산일로와 수습의 갈림길에 선 계파 갈등도 본경선 변수다. 컷오프 초반부터 ‘문재인 때리기’에 나선 비노 주자들이 친노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한다면, 계파 갈등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여기에 ‘문재인 불가론’을 앞세운 박 의원과 세대교체론의 이 의원이 전대 막판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경우 판세를 뒤흔드는 ‘복병’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단일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혁신 경쟁’이다. 본경선은 컷오프와는 달리 2016년 의회권력 탈환과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수권정당화’의 비전이 선거 쟁점일 수밖에 없는 데다 각 후보들이 혁신 경쟁 대신 네거티브전을 전개할 경우 ‘분당의 원심력’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인물(문 대 비문)과 구도(친노 대 비노)에서 확실히 대비되는 이번 전대가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슈 없이 ‘무감동 경선’으로 흐르고 있는 점도 혁신 경쟁을 촉진하고 있다. 특히 혁신 아젠다로 컷오프를 치른 이 의원의 당선으로 당 내부 혁신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경선에서조차 야권의 아킬레스건인 수권정당화와 민생정당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전대 이후 야권발(發) 정계개편의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당 대표 취임 순간 ‘분열의 원흉’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의미다.
문 의원이 8일 국가재정혁신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오는 13일 외교안보·남북문제 토론회 등 7∼8차례의 분야별 정책 발표 일정을 구상하는 이유도, 박 의원이 컷오프 이후 ‘포지티브’ 선거전으로 전환을 꾀하려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컷오프 결과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주축이 된 본경선의 판세와 유사할 수 있다”며 “비노 진영이 강한 득표율을 보였다면, 본경선에서 친노 대 비노 간 경쟁구도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조직력을 갖춘 정세균계의 표심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대 과정 중에 혁신 경쟁 등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전대 자체가 위기 봉합의 도구가 아니라 위기를 키우는 장이 될 수 있다”며 “실제 분당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리더십의 불안정성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정치연합 차기 최고위원은 전병헌·이목희·주승용·유승희·정청래·박우섭·노영관·문병호·오영식(기호순) 후보 등 총 9명 가운데 노 후보만이 탈락했다. 최고위원 본경선은 1인2표제로 실시되는 만큼 배제 투표 등 역선택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