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소상공인 연쇄도산도 이상할 것 없어…올해 더 어려울 것
2015-01-07 17:00
최승재 회장, 연합회 내실 다져 소상공인 이슈 제기·해결책 제시 중점둔다
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소비는 되살아 날 여지가 보이지 않고, 대형자본의 침투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2015년은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힘든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사진)은 대기업 CEO 못지 않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당일 오전에도 지방의 소상공인단체장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새해 시작과 함께 5일과 6일 양일간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지난해 미진했던 소상공인 관련 이슈를 좀 더 부각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를 돌아보고 성과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선제적인 대응이나 정책 제언보다는 이미 불거진 문제점들을 부각시키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 데 급급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당초 예정보다 출범이 늦어지면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한데다, 소상공인 관련 주요 사안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비판이었다.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의 당위성과 대형 자본 앞에서 무력해질 수 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적합업종제도가 2011년에 시행됐기 때문에 올해는 상당수 품목의 재지정 원년이었다. 물론 적합업종제도가 대기업과의 자율합의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현실에서는 괴리감이 클 뿐"이라며 "대기업들은 소비자 주권을 앞세워 자신들의 골목상권 진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소상공인들로선 이러한 상황에 유효적절히 대처할만한 마땅한 대응책이나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고등법원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위법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합회와 최 회장은 여러 통로를 통해 고법의 판결에 대해 비판을 가하며 소상공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섰다.
최 회장은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싼 가격의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에서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 합당하다라는 전제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은 사회구조의 산물이자, 정부의 창업정책으로 탄생했다. 오랜시간 동안 상권 구축, 고용 창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단순히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몰리는 현실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소비자주권 못지 않게 소상공인의 생존권 역시 소중한 가치를 가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외국의 사례도 들었다.
"독일의 도심지나 프랑스 파리 등 도심지 내부에는 대형마트가 단 한 개도 없다. 신자유주의를 가장 신봉하는 미국에서조차 대다수가 교외에 위치해 있다. 법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 국가가 소비자 주권을 모르고 무시해서 대형마트의 도심 진출을 봉쇄한 게 결코 아니다.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이뤄진 사회적 합의를 법률이 뒷받침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신용카드 수수료 및 영세가맹점 수수료 차별화 철폐와 관련해서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연합회는 지난해 11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밴(VAN)시장 구조개선을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내수부진과 매출하락이라는 늪에 빠진 소상공인들과 달리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통해 매년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에 비판을 가한 것이다.
더불어 개인정보 유출, 고금리 대부업, 대형 가맹점 리베이트로 대표되는 밴사의 적폐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검찰까지 나서 금융당국에 신용카드 밴 산업의 구조개혁을 권고하지만 아직까지도 금융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해 당사자간 합의가 우선이라는 논리만 펼치고 있다"라며 "여당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인데 연합회가 나서 신용카드 밴 산업 구조개혁을 통한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를 제시했다. 카드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의 사업 영위는 물론 생활과 직결된만큼, 더욱 중점을 두고 해결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정부, 유관기관 등 이해당사자들 간 간극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일관된 정책 수립 및 추진을 위한 청와대 직속 콘트롤타워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대형마트가 440개를 넘어 과포화 상태에 달했다. 여기에 이미 골목상권 진출을 본격화 한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나 상품공급업까지 감안하면 소상공인들의 박탈감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골목상권에 대한 보호는 정부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골목상권이 사회적 합의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식전환도 강하게 주문했다.
"소상공인들도 열심히 일하면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데 구조적인 뒷받침이 전혀 안되고 있으니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자연히 생산성도 나빠진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소상공인을 처리대상 혹은, 마지 못해 시혜를 베풀어야 할 복지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규모가 작을 뿐이지 소상공인들 역시 기본적으로 상업가다. 투자에 대한 의지와 욕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실성 있는 소상공인 정책 입안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최 회장은 "산업지원 예산 중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채 1%(0.93%)가 안된. 부족한 부분을 소상공인이 감내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금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대부분 창업이나, 초기창업자금에만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쓰러져가는 판자집에 밀가루 몇 포대 준다고해서 상황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모럴해저드만 부추길 뿐이다. 빵을 만들어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015년을 맞이하며 연합회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에 대해서는 짧지만 굵은 답변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사회적 비중이 높다.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인데, 자칫 대규모 몰락의 위험까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에 가해지는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자영업 문제가 경제정책의 주요 화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