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정부 규제와 관세 부활까지 "최악의 한 해 맞나"

2015-01-05 15:12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규제와 세제개편 여파 우려

각종 대형 규제와 세금 부과로 올해 석유화학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사진은 울산에 위치한 석유화학공장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올해부터 강화된 각종 대형 규제와 세금 부과로 석유화학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꼈다. 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과 수요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환경에 정부발 규제와 세제개편의 여파로 최악의 해를 보내진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5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석유화학산업과 관련된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 3대 규제가 시행된다. 

석유화학산업은 화평법과 화관법의 대표적인 규제 업종으로 구분된다. 화평법은 신규 화학물질이나 연간 1t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업체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화평법은 화학물질과 관련된 안전사고 이후 사전에 화학물질을 관리해 피해를 방지하고자 만들어졌으나,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에 적용되는 일부 첨가제 등의 상세 정보를 글로벌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서다. 이 기업들이 정보 공개를 꺼릴 경우 제조와 수입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화관법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유출 사고 시 해당 사업장 매출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제도이다. 업계는 화관법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위반 시 물어야 하는 과징금 규모가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유출 사고 시 해당 사업장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지 않는 대신 내야 하는 하루치 과징금은 연간 매출의 3600분의 1, 단일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의 경우 연간 매출의 7200분의 1에 달한다.

올해 제조업계의 최대 이슈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역시 석유화학업계에 커다란 리스크다. 배출권 거래제는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해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제도다.

업계는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앞으로 3년간 8000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가운데 가장 많은 84개사가 할당 규제를 받으며, 지난해보다 15%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화학업종에 향후 3년간 1억4367만t의 배출권을 할당했다"며 "하지만 업계가 산출한 최소 배출량보다 2600t이나 부족해 설비 가동률 축소나 과징금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금 부담이 늘어난 점도 업계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유가 하락 등을 이유로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용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의 무관세 혜택을 폐지했다.

이에 정유사들과 LPG사들은 올해부터 수입하는 나프타용 원유와 LPG에 각각 1%와 2%의 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추가 비용만 연간 1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가 하락세와 글로벌 수요 부진 등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업계는 올해 신설된 정부의 규제 강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저유가 장기화 기조와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대형 규제들까지 더해지면서 올 한 해 경영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