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킹키부츠'는 '희망'입니다
2015-01-06 09:27
동명의 영화를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는 뮤지컬 '킹키부츠'는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화 공장들이 경영악화로 연이어 폐업을 하던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공장의 실제 성공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작품. 보통 남자들과 다른 여장 남자들을 위한 부츠, 일명 킹키부츠를 만들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해 화려하게 꾸며냈다.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스크린 속 장면을 통째로 무대로 옮겨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낄 테고,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뮤지컬의 감흥이 가시기 전에 영화를 찾아보기를 제안한다. 매체와 장치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는 두 장르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스크린 속 여장남자 롤라가 걸을 때마다 들려오는 '또각또각' 소리는 무대에서 경쾌한 음악과 춤으로 표현됐고, 공장에서 구두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애드리브로 영화 속 섬세함을 대신했다. 뮤지컬 '킹키부츠' 연출 제리 미첼은 롤라와 공장 주인 찰리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이나 롤라의 내적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화장실 신 등도 빼먹지 않았다.
마돈나와 함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팝디바 신디 로퍼가 직접 작사-작곡한 음악 역시 관객을 '킹키부츠'에 빠지게 하는 요소. 발라드부터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록스타일 곡까지, 영화로는 느낄 수 없는 흥과 여운이 신디 로퍼의 손에 의해 탄생했는데 뮤지컬을 좋아하건 그렇지않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판으로 각색되면서 투입된 배우 김무열과 지현우, 오만석과 고창석 등이 보이는 원작 속 배우와의 높은 싱크로율도 재미를 배가시킨다. '쓰릴미'와 '삼총사' 등을 통해 두터운 마니아 층을 보유한 김무열과 '헤드윅'으로 여장남자도 소화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한 오만석. 게다가 연기 잘 하는 지현우와 고창석, 강홍석 등의 합류로 더 단단해진 '킹키부츠'. 김무열 표 조엘 에저튼과 오만석 표 치에텔 에이오포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도전, 불가능해보이던 역경을 극복하고 기적같은 성공을 이룬 이야기 뮤지컬 '킹키부츠'. '고난'의 연속 안에서 괴로워하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로를 건넨다. 앞서 뮤지컬 '킹키부츠'가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의 희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초연 1년 반 만에 한국에서 공연됐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위키드'나 '레미제라블'과 같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킹키부츠'의 국내 공연은 파격적이다. 또 브로드웨이에 이어 전세계 최초로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는 건 유일무이하다.
이처럼 '희망'을 노래한 뮤지컬 '킹키부츠'. 12센치미터 시뻘건 부츠 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는 배우와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신명나는 음악이 함께한다면 이보다 더 재미있는 뮤지컬이 또 있겠는가. 오는 2월 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