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

2015-01-05 08:44
이학준 지음 ㅣ아우름 펴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연예인은 신비로움을 내세워 먹고사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그 발가벗을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달리, 절대로 안됩니다."

세상에 안되는 건 없다. 그는 "'스타제국'이라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신주학 사장에게 허락을 받아 꼬박 1년,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K팝의 신화, 그 뒤에 감춰진 속살을 보기 위함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즐겨 봤던 여신들의 무대 뒤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처연했다. 그래서 나는 자주 놀랐다. 연습생들은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병원에 실려가곤 했다. 예외는 없었다. 흔히 벌어지는 일이었기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의사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음식을 가능한 한 입에 대지 않았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은 그들의 세상에 없었다. 나는 물었다. "무슨 까닭에 혹독한 다이어트를 멈추지 못하는 거니?"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방송 직전까지 데뷔가 확정된 멤버는 없었다. 데뷔 이후에도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한 멤버는 가차없이 쫓겨났다. 그녀들이 밤늦게 연습하는 와중에도, 멤버들을 대체할 연습생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나는 사장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너무 잔혹하지 않습니까?" 그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3부작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로 국내 최초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세 차례 연속 노미네이트되었고, 세계방송연맹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을 수상한 신문기자 출신이다. "아이돌 스타들의 진짜 모습, 갓 잡아올린 활어처럼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매니저로 뛰어들어 케이팝 세계의 명암을 폭로한다.

 화려한 명성만큼 그림자도 분명히 존재하는 케이팝 세계의 면면을 낱낱이 보여주지만 또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 각자의 입장과 고뇌를 드러낸다. 

 매니저 생활을 마치는 날. 저자는 아이들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잠시라도 불편한 하이힐을 벗고 자유롭게 걸으라고 준 것인데, 그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많이 울었다. "그래서 나도 많이 울었다. 대중 앞에서는 당당한 스타이지만, 화려한 장막을 걷어내면 그 안에는 연약한 여자아이가 있을 뿐이다."(본문 중에서)
 
"얻고자 하는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게 있다. 잔인하지만 그건 피할수 없는 세상의 이치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썼다. 1만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