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치권 화두는 ‘개혁’…여야 셈법 분주·추진속도 더딜듯
2015-01-04 16:00
선거구 개편·개헌 이어 공천 개혁부터 잡음 고조
올해는 총선이나 대선 등 큰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른 ‘선거구제 개편’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파문으로 가열되고 있는 ‘개헌’ △여야 모두 공천 개혁 등 혁신 작업 등이 정치권 개혁 논의를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집권여당과 2월 전당대회 이후 새로운 지도부를 세우게 된 여야 모두 각각의 화두에 대한 이해관계가 달라 향후 추진 속도는 굼뜰 것으로 전망이다.
◆연초부터 달궈진 선거구제 개편…여야 셈범 분주
연초부터 정치권 개혁의 선거구제 정의화 국회장의 발언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 의장은 지난해 12월30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1월중 정치개혁특위(정개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헌재는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내로 줄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분할 또는 통합해야 하는 선거구는 전체 246곳 가운데 62곳에 이른다.
정 의장은 헌재 결정으로 선거구 재획정이 당면 과제인 만큼, 이를 기회로 정개특위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재검토를 비롯해 바람직한 선거구제를 찾아보자는 주장인 것이다.
일단 새누리당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다룰 정개특위 구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구성에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 주요 민생경제법안 처리 등을 해결하는 급선무이고, 새정치연합이 2월초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다뤄도 늦지 않다는 입장인 것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14일 종료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개특위를 비롯해 개헌특위까지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까지는 뒤로하더라도,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질 선거구 재획정에 대해서도 여야는 의견차가 크다.
당장 여야는 선거구 획정을 독립기구에 맡기고, 해당 기구에서 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면 수정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해 가부표결만 하자는 데 공감대가 크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구 획정위를 두자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내에 획정위를 설치하되 여야가 추천권 아닌 거부권을 행사해 획정위원을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꺼지지 않는 개헌 논의…여야
개헌 역시 작년에 이어 올 한해 논의가 이어질 주요 정치 개혁 이슈다. 지난해 여야 개헌파 의원들이 주도해 온 개헌론은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면서 가열되고 있는 화두다.
앞서 여야 의원 150여명으로 구성된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은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개헌추진국민연대'를 통해 여론 확산에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자ㅓ체 개헌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새누리당은 개헌론에 선을 긋고 있는 데다, 친박계는 개헌이 거론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김무성 대포도 상하이발(發) 개헌론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이후 개헌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관심이 선거구제 개편에 이어 개헌론까지 확산될 경우,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각종 규제개혁, 공무원연금개혁 등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개헌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분권형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려면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절대 다수 국민이 희망하는 불통 정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헌에 무엇보다 힘을 모으겠다”며 강력한 개헌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로선 개헌론이 큰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이지만, 선거구 재획정과 맞물려 정개특위를 구성하고 특위 내에서 별도로 개헌 논의를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여당 내에서도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개헌특위 구성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여당 소속인 정의화 의장도 1월 중 정개특위 구성 방침을 밝히며 “개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특위를 별도로 구성하든지 정개특위 안에 개헌분과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해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우 원내대표는 “정개특위 따로, 개헌특위 따로 대등하게 해야 한다”면서 “12일 본회의 이후 (여당에) 계속 세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혁신 작업…공천 개혁 등 난제
여야 모두 지난해 야심차게 가동한 혁신위원회 활동을 통해 올해는 결실을 내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9월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혁신실천위원회(위원장 원혜영)를 각각 출범, 연말에는 관련 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여야 혁신위 모두 가장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여야는 일반 근로자들처럼 국회의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준해 회의 불참시 ’세비 또는 수당 삭감’을 골자로 한 법안(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내려놓기도 손질에 들어갔다. 여야는 모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이 지날 때까지 표결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다시 자동 부의하도록 한 내용의 법안(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혁신위가 올해 공통적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공천 개혁’이 될 전망이다. 기존에 당 대표 또는 당권을 장악한 특정 계파가 공천을 좌지우지했던 폐해를 없애고, 국민들이 후보자를 선출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
지난해는 전국 단위의 6.4 지방선거, 미니 총선급 7.30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터라 공천 개혁을 화두에 올릴 수 없었지만, 올해는 큰 선거가 없다는 점도 여야 모두 오픈프라이머리를 논의할 적기로 판단되고 있다.
다만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면 인지도나 조직 장악력에서 월등한 현역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앙 정치는 사라지고 지역 토호나 유지만 당선돼, 젊은 피나 새로운 인물을 정치권에 수혈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이를 보완할 여야 혁신위의 고심이 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