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2차전지 배터리' 시장, 올해도 양극화 심화

2015-01-04 09:02
LG화학·삼성SDI '맑음', SK이노베이션·GS에너지 '안갯속'

LG화학 연구원들이 2차전지 배터리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국내 정유·화학 업계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2차전지 배터리'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올해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올해 해외 생산거점을 확충하는 등 증설을 본격화할 예정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 등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관련 사업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중국 남경 신강 경제개발구에서 전기차용 2차전지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갔다. 남경 배터리 공장은 축구장 3배 이상 크기인 2만5000㎡ 면적에 지상 3층으로 건설되며, 완공되면 전기차 10만대 이상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이 공장은 현지 고객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셀부터 모듈, 팩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한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6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중국 시안을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8월 착공된 시안 공장은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연 4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오는 2020년까지 총 6억 달러를 단계적으로 투자해 2020년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현지 합작법인인 '삼성환신'은 오는 10월께 양산에 들어가 중국 내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납품을 시작하고 오는 2016년부터는 라인을 풀가동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중국 합작사의 2차전지 배터리를 탑재한 센바오 전기차. [사진=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삼성SDI 양사가 2차전지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나 GS에너지 등은 올해 안갯속을 헤쳐나가야 할 처지가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독일 콘티넨탈과 2차전지 배터리와 관련된 합작사업을 청산한 뒤 중국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현지 영업을 본격화했으나 합작사 외에 별다른 수주 실적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합작사의 배터리를 탑재한 베이징자동차의 센바오 전기차가 올해 본격 시판됨에 따라 향후 판매 물량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GS에너지는 2차전지용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해 GS이엠을 자회사로 편입시켰으나, 매해 영업손실을 이어가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GS에너지와 일본 JX 니폰오일&에너지의 합작사인 파워카본테크놀로지의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전극용 탄소소재와 리튬이온 전지용 비정질 탄소 음극재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2차전지 배터리 시장이 상위 2~3개사를 중심으로 굳혀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국제 유가 하락세도 악재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은 약 50%에 이르고 있다"며 "유가 하락 전망이 이어지는 등 후발주자들에겐 더 불리한 한 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