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워킹걸’ 낯 뜨겁지만, 가슴 뜨거워지는 워킹맘에 대한 해학적 영화
2014-12-29 10:45
연령을 살펴보면 15세부터 30대까지가 78%를 차지했다. 수많은 20~30대 주부가 워킹맘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지만 미미한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부족 등 일과 가정 양립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워킹걸’(감독 정범식·제작 홍필름·수필름)은 완벽한 커리어우먼 보희(조여정)와 폐업 직전인 성인숍 CEO 난희(클라라)에 대한 영화다. 남편인 교수 강성(김태우)이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자 “피곤하다”며 “그것 좀 치워줄래?”라는 말로 핀잔을 준다. 언제 ‘해봤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부부관계가 끊어진 이유는 보희가 워킹맘으로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을 위해 언니 순옥(라미란)을 고용(?)해 하나뿐인 딸 유하(김유하)의 육아를 맡겼다. 그래도 잔업과 야근은 진급의 기본.
장난감회사 마케팅팀장으로서 승승장구하던 보희는 조부장(조재윤)으로부터 회장님(김영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지목했으니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현직 대통령 이름조차 외우질 않는 회장님이 직접 보희의 이름을 언급한 것.
프레젠테이션만 제대로 한다면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러나 보희의 실수로 난희에게 가야 할 ‘섹스토이’가 회장님을 비롯한 해외 바이어들에게 쏟아지고 하루아침에 잘리고 만다. 설상가상 남편으로부터 “좀 시간을 갖자”는 음성메시지와 함께 가출 통보를 받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이와 별개로 새로운 성문화에 눈을 뜬 보희는 난희에게 동업을 제안하며 회사를 키우자고 말한다. 남편 몰래 이중생활을 시작한 보희는 성인용품 때문에 여러 곤란한 일들에 휩싸인다.
‘워킹걸’은 낯 뜨거운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슴 뜨거워지는 워킹맘에 대한 해학이 담겨 있다. 남편과 딸은 가정이 아닌 회사에만 집중하는 엄마이자 아내가 불만이고, 워킹맘은 단 한번의 실수로 회사에서 잘리니 말이다. 교수 남편과 맞벌이를 해 고층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남부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보희는 부부관계를 소홀히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는 모두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가족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보희는 다시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1년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요즘 조여정과 클라라는 영화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었다. 완벽하면서도 때로는 허당끼를 보이며 웃음과 감동 모두를 챙긴 조여정. 단역과 조연, 카메오로 각종 작품에 얼굴을 비친 클라라는 상대 고경표(표경수 역)와의 러브라인을 감성이 돋는 연기로 눈길을 끌었다. 김태우는 조여정과 클라라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이며 한 축을 담당했다.
김보연(윤여사 역), 배성우(수범 역), 김기천(윤여사 남자친구)까지 모두 112분 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특히 아역 김유하의 연기는 여간 잔망스럽지 않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이레, ‘카트’ 김수안에 이어 아역배우계의 트로이카가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8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