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한국금융]카드·캐피탈업계도 중국시장 눈독…성공 가능성은
2014-12-23 15:42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국내 여신금융업은 중국에서 아직은 미미하지만 차츰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종산업과 협업을 통한 캐피탈사의 중국 시장 안착은 국내 여신금융업이 현지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12년 9월 현대자동차의 북경기차투자유한공사 정식 출범 당시 함께 '현대캐피탈 중국'(북경현대기차금융유한공사)을 선보였다.
이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산층의 증가와 함께 자동차의 수요가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자동차 브랜드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진데 따른 것이다. 이에 자동차할부금융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한 현대캐피탈과 현대차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금융사에 대한 규제 완화도 현대캐피탈 중국 설립에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2010년 중국 인민은행과 은행감독위원회가 할부금융 및 금융리스회사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가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자동차할부금융회사들에게 불리했던 금리 차이도 사라졌다. 기존에는 자동차할부금융회사들이 중국 현지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돼 있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설립된 현대캐피탈 중국은 현지 현대·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할부금융사업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 따르면 중국법인은 설립 1년만인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이익은 240억원(세전기준)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당분기말(12월 기준) 영업수익과 당기순손익은 각각 1204억9100만원, 83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여신금융업은 비교적 인가가 쉬운 캐피탈 업종을 시작으로 중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신한카드도 그 중 하나다. 신한카드는 중국과 같이 진입 장벽이 높고 사업 규제가 까다로운 지역에 대해서는 할부금융 등을 병행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향후 신한은행이 진출해 있는 국가(16개국 69개 지점)에는 은행과 함께 순차적으로 카드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규제 등으로 인해 카드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국가들에 대해서는 할부금융, 리스 상품 등을 중심으로 파이낸스 시장에 우선 진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성공 사례가 가능성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국내 여신금융업의 안착을 장담하기는 이르다. 롯데캐피탈, 두산캐피탈, 효성캐피탈 등 일부가 중국 법인을 운영 중이지만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대캐피탈의 경우에도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익원 대부분이 자동차금융에 쏠려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당장은 어려움이 없겠지만 조만간 국내와 같은 레드오션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캐피탈사들의 올 상반기 취급실적 가운데 자동차 관련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수준으로 의존도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며 “수익구조 편중은 위험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 시장 도전에 있어서는 다변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국내 카드사들이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최근 티머니가 알리페이와 제휴해 외국인 전용 교통카드를 출시한 것처럼 우선 인지도부터 높여나가는 전략도 중국 진출을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