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못넘은 한국금융] 중국 왕서방 잡기 나선 보험사…흑자전환은 '난망'
2014-12-23 15:07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가 중국에 현지법인 및 사무소 형태로 진출해 있다. 손해보험사는 영업점포 4곳, 사무소 8곳 등 12개의 점포가 중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5년 7월 중국법인인 '중항삼성'을 설립했다. 한화생명은 2012년 11월 'Sino-Korea Life Insurance'를 설립해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교보생명을 포함한 생보업계 '빅3'와 흥국생명은 중국 베이징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손보업계의 경우 삼성화재가 지난 2005년 4월 '삼성재산보험(중국)유한공사'를 통해 중국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했다. 이밖에도 LIG손해보험, 코리안리,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의 중국점포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손보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의 이익률은 7.2%였으나 올 상반기에는 5.5%로 줄었다.
생보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에서 928만달러(약 102억2470만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613만달러(약 67억552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삼성생명의 경우에도 중국 합작법인인 중항삼성이 올 상반기 198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중항삼성의 경영부진이 지속되자 삼성생명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중국은행을 최대주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현재 중항삼성은 중국국제항공과 삼성생명이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8월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실질 경영권이 중국은행에 넘어가게 됐다. 삼성생명 측은 "사업비 등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초기에 높은 실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은행의 영업망을 활용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의 중국법인 실적이 저조한 것은 중국 보험시장 자체의 침체 탓도 있다.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07~2013년 중국 생명보험 투자형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으나 보험회사의 투자수익률 부진으로 생명보험 해약금도 대폭 늘어났다.
2013년 중국 투자형상품 수입보험료는 2007년 3463억 위안(약 61조4000억원) 대비 137.3% 증가한 8212억 위안(약 145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생명보험 전체 상품 중 87.1%를 차지한다.
그러나 2013년 중국 생명보험의 해약금도 보험회사의 투자수익률이 하락하면서 2007년 922억 위안(약 16조3500억원) 대비 106.1% 증가한 1900억 위안(약 33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2012년 중국 보험회사의 투자수익률은 자본시장의 불황으로 2007년 12.2%에서 8.8%포인트 하락한 3.4%에 그쳤다.
중국 대형 생보사의 시장 집중도 역시 국내 보험사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생보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차이나 라이프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25.7%이며, 3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뉴 차이나 라이프, CPIC의 시장점유율도 각각 8.7%, 7.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상위 6개 생보사의 시장집중도는 2013년 기준으로 68.7%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생보사들의 시장 선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외국계 생보사의 중국 생명보험시장 점유율은 4.9%로 2013년 5.6%에 비해 0.7%포인트 하락했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사들은 중국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아 중국계 보험회사에 비해 경쟁 열위에 있다"며 "다만 향후 중국의 금융규제 개혁방안을 잘 활용해 가시화된 목표를 세운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현재 국내 대형보험사들이 중국 현지에서 보험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매출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생명보험업은 단기간에 이익을 시현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국가별 시장 특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중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